[복지동향] “편하려고 지원받는데 왜 더 힘들까”···연극으로 본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실상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12-09 09:44
조회
2213

[출처] 경향신문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2081620001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 각본 쓴






극단 ‘애인’ 김지수 대표 인터뷰



연극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의 한 장면. 기백과 송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극단 ‘달구지’ 제공

연극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의 한 장면. 기백과 송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극단 ‘달구지’ 제공



“장애인 활동지원은 편하려고 받는 건데 왜 힘들까요?”

연극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의 주인공은 30대 후반의 중증장애인 기백이다. 그에게는 3명의 동반자가 있다. 평일에는 미자와 하루 6시간씩, 태의와 하루 10시간씩 함께 보낸다.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명랑으로부터 3시간씩 도움을 받는다.

이들은 모두 기백을 돕는 ‘활동지원사’다. 오랜 시간 미자에게 활동 지원을 받아 온 기백은 연극배우가 되면서 집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미자는 외부활동을 지원하기에 체력이 부치기 시작한다. 기백은 미자를 대신해 새로 태의와 만나 합을 맞춰간다. 연극은 이 과정에서 겪는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통해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의 문제점을 돌아본다.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는 극단 ‘애인’의 대표 김지수씨가 각본을 썼다. 연출은 김씨의 15년 지기 동료이자 활동지원사인 극단 ‘달구지’ 대표 강예슬씨가 맡았다. 두 사람은 그간 주변이나 활동지원사 교육을 하며 목격했던 모습들을 참고해 연극을 만들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지하소극장에서 지난 7일 김씨를 만났다.


연극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 무대. 극단 ‘달구지’ 제공

연극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 무대. 극단 ‘달구지’ 제공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혼자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활동지원사에게는 노동시간만큼 급여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장애 정도와 사회활동 여부 등에 따라 한 달에 최대 480시간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최대 이용시간이 곧 평균 이용시간을 뜻하지는 않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규 신청자의 77.6%가 하루 2~5시간밖에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김씨는 연극을 통해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각각의 입장에서 제도의 미비점을 짚었다고 했다. 그는 “이용자 입장에서 볼 때 활동지원이 필요한 시간과 필요하지 않은 시간을 구분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극중 기백은 외부활동을 지원할 때 소요되는 저상버스 대기시간, 이동시간, 연극 연습 시 기다리는 시간 등을 모두 별도의 구분 없이 이용시간에서 차감했다.

반면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일정 시간을 지원해야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기백과 미자가 직면한 어려움도 이런 구조에서 비롯된다. 기백은 외부활동을 지원하기 힘든 미자의 지원 시간을 줄이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니 돈을 덜 벌 수밖에 없는 미자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그렇다고 다른 길을 택하자니 하고 싶은 연극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없다.

기백이 지원받는 시간을 더 늘릴 수는 없을까. 극중 기백은 “(지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처럼) 연기하기 싫다. 활동 지원이 더 필요하단 걸 극단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읊조린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지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처절한 상황을 보여준다.

김씨는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가 동일한 급여를 받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당연히 중증장애인을 만나면 할 일이 많아지는데 급여는 똑같으니까 안 하려고 하는 게 생긴다”고 했다. 휠체어를 타는 기백이 태의에게 “딱지 맞을까 걱정했다”고 말하는 대목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연극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의 한 장면. 기백과 활동지원사 명랑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극단 ‘달구지’ 제공

연극 <수시로 바뀌는 동반자>의 한 장면. 기백과 활동지원사 명랑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극단 ‘달구지’ 제공



김씨는 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했다. 그렇기에 “적당한 거리 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모두에게 권리가 있고, 의무가 있고, 역할이 있듯이 서로 그런 것들을 잘 지켜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어이갈 생각이다. 김씨는 “이번 작품은 이용자인 장애인 입장에서 얘기했다면 다음에는 돌봄노동자인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도 얘기할 계획”이라며 “활동지원사는 노동과 돌봄이 만나는 아주 복잡한 구조 안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잘 얘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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