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복지사각지대 134만명…정부 지원은 7%만 받아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09-26 15:34
조회
140

[출처] 중앙일보

[원문보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4457







수원 세 모녀’ 사건 재발 막으려면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송파 세 모녀’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죽음을 택했던 안타까움이 여전히 생생한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다시 ‘수원 세 모녀’가 사망한 비극이 다시 발생했다. 큰 충격을 줬던 2014년 송파 세 모녀 죽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일까.

지난 8년간 나름의 제도 개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긴급복지지원법, 기초생활보장법,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등이 개정 혹은 신설되었다. 또 위기 가구를 찾아내기 위한 장치로서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 전기, 수도료 체납 등 34가지로 확대된 정보를 사용하는 시도도 있었다.




 


‘수원 비극’처럼 빚 독촉 피하려 복지 지원 거부한 경우 많아

당사자 신청주의의 맹점…복지 혜택 절차·기준 등 까다로워

의료사회복지사 늘려 실제 의료현장서 환자 적극 찾아내야

자살 예방 심리서비스 제공 등 공동체 돌봄시스템 확대해야




송인한의 퍼스펙티브

송인한의 퍼스펙티브


그러나 여전히 비극은 이어졌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하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시도는 피상적인 임시방편에 머물 수 있다.

우리는 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에 직면해야 한다. 왜 찾아내지 못했나에 앞서 먼저 할 질문은, 왜 사각지대가 존재하게 되었으며, 왜 그들이 사회로부터 은둔하여 사각지대에 머무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각지대 축소를 통해 위기 가구를 발굴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실효성 있는 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취약계층 발굴 체계를 촘촘히 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하게 된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전담팀을 발족하여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으나, 발굴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취약계층 발굴 체계로는 불충분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의 올해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이미 약 134만 명이 복지 사각지대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중 절반은 복지 혜택을 받지 않았거나 스스로 신청을 거부하였다. 최종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의 사회안전망으로 지원받는 경우는 불과 7.3%인 4만8275명에 그쳤다. 잠재적 대상자를 발굴한다 해도 실제 도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일부에 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빚 독촉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복지 지원을 거부했던 수원 세 모녀 역시 발굴되었다 하더라도 실제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복지 혜택을 받기까지의 까다로운 절차와 기준이 장벽처럼 놓여있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신청주의가 기본이라,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복잡한 가족사 등으로 인해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복지 수혜로 인해 주어지는 사회적 낙인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과정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과연 당사자에게 정말 필요하고 실효성 있는 사회복지 혜택이 주어지는가에 있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도움이 제공되는가.

질병과 가난의 악순환 줄여야

수원 세 모녀의 상황을 살펴보면 질병과 빚의 고통이 컸다. 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아들은 루게릭병을 앓다가 사망했다. 어머니는 난소암으로, 두 딸은 또 다른 정신질환과 희귀 난치병으로 투병했다. 특히 딸은 팔을 다쳐 임시직으로도 더는 일할 수 없는 사정이었다. 마지막으로 남긴 “병원비에 월세 늦어 죄송하다”는 유서를 통해 의료비의 압박이 가정에 큰 부담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건강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 관리의 여유와 건강 정보가 부족하여 치료받을 기회를 놓침으로써 질병에 더 취약하곤 하다. 그렇게 발생한 건강 문제는 사회적 기능을 감소시키고 의료비 부담을 늘려 빈곤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수원 세 모녀는 이런 질병과 가난의 악순환에 직접 노출된 가정이었다. 만약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도중에 복지 혜택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사회경제적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중증 및 희귀질환 등의 질병 문제를 가진 이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의료 현장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발굴하고 즉각적인 개입하여, 질병으로 고통받는 위기 집단의 환자들에게 자살 예방 심리서비스 제공, 필요한 사회자원 연계, 사회적 지지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통합적 의료복지 서비스 제공이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복지 시스템은 매우 열악하다. 종합병원에 1인 이상의 의료사회복지사를 두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은 1973년 만들어져 현재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재 100병상당 1명의 의료복지 전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번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사회안전망 확대의 시급성을 생각할 때 그 이상 필요할 수 있다.

사채·카드빚, 극단적 선택 위험 높여

아울러 공공 목적을 위한 병원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수가 지급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의료사회복지사 활동 수가는 재활과 정신의료 분야에 국한되어 있으나, 이번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비롯한 보건의료복지 연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확대 적용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의료 행위 중심으로 건강보호 급여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지만, 점차 복잡성이 커지는 건강의 다차원적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비극의 중요한 한 축은 부채의 압박이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연구에 따르면 중·장기 부채 부담 위험군에 속한 이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높았고, 특히 사채와 카드빚은 자살 생각의 위험성을 2배 이상 높이는 요인이었다.

상황의 시급성과 부채 상환 능력이 개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갈 수 있으므로 부채 보유자의 정신적 스트레스 위험 수준을 발견하고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보완되도록 신용회복위원회의 기능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고,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전국에서 개인 회생이나 개인 파산 및 면책 등에 관해 정보 제공과 상담, 신청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개인회생이나 파산, 워크아웃 등의 제도 활용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채 위험군의 자살 위험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아울러 고금리 대출에 노출되는 현실을 파악하고 불법적인 채권 추심이 개인을 극단으로 몰아가지 않는 법적인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

그러나 이런 제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또 다른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은 공동체 돌봄정신과 복지에 대한 태도 변화다.

복지제도를 통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당연하게 여겨져야 하며 차별과 편견을 없애야 한다. “나는 복지의 대상자로 입증받기 위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내가 얼마나 가난하고 불운한지를 재확인하게 되었다”는 한 복지 수혜자의 고백은 신청주의의 문제와 복지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지를 상징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No one left behind)’이다.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겠냐만 우리의 지향점은 그것을 향해야 한다. 단 한 사람의 생명까지도 중요하다는 가치가 공유될 때에야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할 수 있을 것이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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