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폭우에 터전 잃은 판자촌·전통시장… 취약층에 더 가혹했다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08-11 10:59
조회
1959

[출처] 세계일보

[원문보기]  https://www.segye.com/newsView

폭우에 터전 잃은 판자촌·전통시장… 취약층에 더 가혹했다.






“칠십 살 평생 맞아온 비보다 어젯밤 30분 동안 맞은 비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개포동 판자촌 ‘구룡마을’에서 35년째 거주해 온 조모(70)씨는 문틈을 비집고 집 안에 들어온 빗물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은 뒤 여느 때처럼 여유롭게 TV를 시청하고 있는데, 빗줄기가 거세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빗물이 집 안으로 쏟아졌다. 눈 깜짝할 새에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강남 지역 강수량은 시간당 100㎜ 이상을 기록했다.

떠내려온 집기들 중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뒤 소강상태를 보인 10일 서울 관악구 신사전통시장 인근 주택가에서 수방사 장병들이 빗물에 떠내려온 집기들을 정리하며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제공: 세계일보 떠내려온 집기들 중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뒤 소강상태를 보인 10일 서울 관악구 신사전통시장 인근 주택가에서 수방사 장병들이 빗물에 떠내려온 집기들을 정리하며 수해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생각하면 홀로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조씨는 곧바로 냄비와 물통 등을 찾았다. 정신없이 거실에 차오르는 물을 밖으로 퍼 날랐다.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응급처치를 한 시간은 대략 30분. 그 30분 동안 맞은 비는 조씨가 평생 맞아온 것보다 많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빗줄기는 야속하게 거세기만 했다.

조씨는 집이 잠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밤새 빗물을 퍼냈다. 새벽 사이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지하철역에서 청소일을 하는 조씨는 지저분해진 집을 미처 수습하지 못한 채 9일 아침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그의 직장 역시 전날 들이친 빗물과 쓸려 내려온 쓰레기가 잔뜩 있었다. 오후 늦게 퇴근한 조씨는 곧장 대피소가 마련된 강남구 구룡중학교 체육관으로 향했다. 전날 폭우로 집이 물에 잠기거나 무너진 구룡마을 이재민들이 지친 모습으로 구호텐트를 지정받고 있었다.

조씨는 “어제는 밤을 새워 빗물을 퍼냈지만 계속 그럴 수 있나요. 비가 계속 온다는데 일단 피해야지.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할지 참 막막하네요”라고 하소연했다.

텐트에서 ‘쪽잠’ 10일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에서 피해 주민들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채 누워 있다. 하상윤 기자© 제공: 세계일보 텐트에서 ‘쪽잠’ 10일 서울 강남구 구룡중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에서 피해 주민들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한 채 누워 있다. 하상윤 기자

서울·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피해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은 강남·서초·관악·동작구 등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집중적으로 내려 큰 피해를 보았다. 비가 내리는 양은 빈부를 가리지 않았지만, 피해 정도는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폭우 피해 역시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향해 매섭게 파고들었다.

폭우로 인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무너진 것은 조씨네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 지역에 큰 피해를 남긴 폭우는 지대가 낮은 데다 대모산과 구룡산을 뒷산으로 끼고 있어 빗물이 계곡물처럼 흘러내린 구룡마을 단층 주택에 더 가혹했다. 밤사이 물이 들어차고 전기와 수도가 끊겼고, 결국 구룡마을 이재민 170여명은 집이 물에 잠기거나 무너져 대피소를 찾았다. 대한민국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에 위치했기에 폭우가 쓸고 간 구룡마을의 참상은 더욱 비참했다.

수도권에 비가 소강상태를 보인 10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새마을지도자들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세계일보 수도권에 비가 소강상태를 보인 10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새마을지도자들이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전통시장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10일 오전 기자가 찾은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은 수해 복구 중인 상인들의 한숨 소리로 가득했다. 시장 길목 한복판엔 빗물에 잠겨 못 쓰게 된 냉장고와 집기, 잡동사니가 널려 있어 통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시장이 비탈길을 따라 자리하고 있어 저지대에 있는 시장 초입 가게들의 피해가 컸다. 상인 대다수가 가게 앞에 내놓은 진열장 등을 고압 세척기로 씻는 데 한창이었다. 일부 가게에서는 젖어서 한데 뭉친 지폐를 한장 한장 뜯어 말리고 있었다.

시장 안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60대 박모씨는 50ℓ 크기 쓰레기봉투 10여개를 길가에 내놓고 있었다. 박씨는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 진열돼 있던 약품 대부분이 못 쓰게 됐다”며 “오전에만 이미 쓰레기봉투 40∼50개를 내놓았다”고 했다. 이어 “폭우로 인한 피해가 1억5000만원쯤 되는 것 같다”며 “인터넷 연결이 안 돼 언제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10일 오후 상인들과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원들이 지난 이틀간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침수된 상점을 청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10일 오후 상인들과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원들이 지난 이틀간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침수된 상점을 청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구 작업을 시작도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는 상인들도 있었다. 시장 내 한 건물 지하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이모씨는 건물 입구에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었다. 이씨는 “천장까지 빗물이 차올랐는데, 호스가 닿지 않아 물을 빼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게 차린 지 1년도 안 됐는데…”라며 깊은 한숨을 토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 피해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은 서울·경기·강원에서만 411가구 600명에 달한다. 주택·상가 2682동이 침수됐다.이재민들은 대부분 인근 학교와 체육관, 주민센터 등으로 몸을 피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중대본에서 폭우 피해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생활이 어려운 분들, 몸이 불편한 분들이 자연재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안전해야 대한민국이 안전한 것”이라며 “이번 폭우에 피해를 입고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취약계층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이분들이 일상에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잘 살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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