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코로나 상처 딛고 아동·노령층부터 다시 살펴야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09-26 15:29
조회
1909

[출처] 중앙일보

[원문보기] https://www.joongang.co.kr/



코로나19와 대한민국: 성찰과 제언




임재준 서울대 의대 교수·국가전략원 팬데믹 클러스터장

임재준 서울대 의대 교수·국가전략원 팬데믹 클러스터장


3년 가까이 지속하던 코로나바이러스19 팬데믹이 한고비 넘은 듯하다. 물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언제든 변종 바이러스가 재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지만 안정세에 접어든 확진자 수,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과 보급을 고려하면 이젠 코로나19를 급박한 보건위기가 아니라 ‘차분히 관리할 수 있는 엔데믹’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는 방역정책을 대폭 완화, 사실상 엔데믹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국도 오늘(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다.

중세의 페스트 팬데믹은 유럽 근대화의 마중물이 됐고, 속수무책이던 콜레라의 반복적인 유행은 결국 19세기 유럽 도시 위생과 환경 개선의 시발점이 됐다. 코로나19가 인류의, 그리고 한국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놨나. 코로나 팬데믹이 남긴 상처와 교훈을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사회·경제 전반에 엄청난 여파


중앙일보-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공동기획 코로나19와 대한민국 성찰과 제언

중앙일보-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공동기획 코로나19와 대한민국 성찰과 제언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6억 명을 감염시키고 65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 또한 광범위하다. 전 국민의 절반 가까운 2400만 명이 확진됐고 사망자는 2만8000명이 넘는다. 코로나 환자들만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음압 병상 거의 전부가 코로나 환자들에게 배정되는 바람에 중증 폐결핵 환자도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또 시립병원·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상당수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이곳을 주로 이용하던 취약계층 환자들의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유엔이 선언한 것처럼 코로나19는 건강문제를 훨씬 넘어서 사회와 경제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다. 1918~1919년 스페인 독감 팬데믹 때 미국의 출산율은 13%나 줄었다. 전염병 위기는 아니었지만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 시기의 미국이나, 2011년 쓰나미로 큰 피해를 본 일본의 출산율도 한동안 낮아졌다.



코로나, 사회 취약층에 더 큰 충격

아동학대 늘고 저소득층 학력 저하

노인 우울증도 9.2%→16.5% 증가

인류는 대역병 이후 한 단계 도약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나 아이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팬데믹이 출산율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1명의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숫자, 즉 합계출산율이 2011년 1.24명에서 계속 줄어 2019년에는 0.92명이 되었다. 그런데 팬데믹 첫해인 2020년에는 0.84명으로, 2021년에는 0.81명으로 더 줄었다. 합계출산율이 적어도 2.1명이 되어야 인구규모 유지가 가능하다는 걸 감안하면 치명적이라 할만하다.

상하위층 소득격차도 더욱 커져

코로나는 사회적 약자에 더 가혹하다. 아이들 문제도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아이들의 언어와 소통능력 발달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집에서 부모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폭력도 함께 늘어났다. 전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9년 1만4484건에서 2020년 1만 6149건으로 늘었고, 2021년에는 무려 2만6048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가정에서 발생한 경우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팬데믹으로 인한 수업일수 단축과 비대면 수업은 아이들의 학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고등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어난 것도 걱정이지만, 읍·면 지역에 거주하거나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의 학력이 주로 저하되는 것도 무척 안타깝다.

우리 모두 경험한 대로 코로나19 팬데믹은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심리부검에 따르면, 2020년 1월 이후 자살한 132명 중 29명의 자살이 코로나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관련되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자살이 22%에 이른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들은 팬데믹 이후 경험한 사업실패, 실직, 늘어난 업무부담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것도 큰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고소득층의 직장 유지율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저소득층의 직장 유지율은 8.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에 4.76배이던 상하위층의 소득 격차가 2020년에는 5.23배까지 벌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노령층은 특히 코로나로 인한 변화에 적응하기 힘겨워한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지역사회 건강 통계에 참여한 65세 이상 남녀 7만2335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중 16.5%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수치는 2018년의 9.2%보다 훨씬 높았다. 코로나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우울증 발생 위험성이 20% 늘었고, 음주가 잦아지면서 위험성이 48%나 증가했다. 수면 시간이 줄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우울증 발생 위험성은 두 배 이상 높았다.

페스트와 콜레라가 남긴 것

삶의 마무리 역시 코로나 때문에 순탄치 못했다. 존엄한 죽음을 돕는 호스피스 전문기관 88곳 중 24곳이 팬데믹 때문에 한동안 문을 닫았다. 그래서인지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한 암환자들 숫자가 2019년보다 2020년에 배로 늘었다. 코로나 감염 때문에 가족들로부터 격리된 채로 홀로 돌아가신 분들의 고통이나 부모님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유족들의 상처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듯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넓고 깊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상처를 치유하는 것만이 아니다. 코로나19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던 페스트나 콜레라 같은 감염병 이후 인류는 질적 도약을 이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취약함과 어두운 이면에 변화가 필요하다. 낯선 바이러스에 맞서 우리가 해왔던 일들을 꼼꼼히 돌아보며 더 튼튼한 사회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개선과 혁신을 함께 고민할 때다.




취약계층 영양 불균형 문제도 더욱 심각해져




이정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정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식생활 변화와 영양 불균형 문제를 심화시켰다. 질병관리청의 ‘우리 국민의 식생활 현황’과 ‘청소년 건강 행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후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의 결식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청소년들의 비만율이 증가했지만 과일섭취율은 감소했다. 정부가 학교급식 공백을 메우기 위해 편의점 바우처, 식재료 구매 및 배송 등을 지원했으나 장기화한 팬데믹을 극복하기에는 미비했다.

전염병 출현과 같은 보건 비상상황에서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감염위험이 높고 그 대응이 어렵다. 2020년 노숙인과 쪽방 주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 코로나 발생 이후 40.7%가 무료급식소 운영 중단으로 식사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세계적으로 영양부족과 영양과잉이란 영양불균형 문제가 심각했는데, 코로나가 이를 더 악화시켰다. 영양불균형은 급성영양불량, 만성영양불량, 비타민과 무기질 결핍, 과체중 또는 비만, 영양관련 비전염성 질병을 의미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영양불량뿐만 아니라 비만과 만성질병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 비만이거나 만성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높고, 감염된 후 중증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높다. 즉 영양불량과 만성질병 위험이라는 이중 부담이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다.

영양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영양안정성 개념이 중요하다. 영양안정성이란 충분한 양의 식품 섭취와 더불어 식사의 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취약계층 가정들이 더욱 질이 낮은 식품을 섭취하게 되고, 심지어 끼니를 거르는 위험에 처했다. 미국인과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코프연구(The COronavirus Pandemic Epidemiology Consortium, COPE)에 따르면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발생과 중증도화 위험이 낮지만 중증화 위험 현상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영양이 풍부한 다양한 음식, 건강하고 충분한 양의 식사가 인간에게 중요하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지 못했는데, 이런 결핍은 사회 취약계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코로나는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뚜렷하게 수면 위로 올려놨고, 우리는 그 문제를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의 상처를 대충 덮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제기구, 정부, 산업계, 학계가 함께 전략을 짜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정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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