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돔에 문 연 ‘서울 엄마아빠 VIP존’ 1호점 가보니

서울시 “육아 · 휴식 복합문화공간”
기본형 · 충족형 · 완성형 세분화

그림책 등 3500여권 한자리에
공예 · 아트북 체험 프로그램도

내달 세종문화회관에 2호 개관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 하고 나왔어요. 자, 다 같이 몸을 흔들어볼까요.”

동화구연사가 동화 ‘개구리 왕자’를 들려주며 이같이 말하자 30여 명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동화구연사 몸짓을 따라 하며 끊임없이 웃었다. 동화구연사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 아이들의 얼굴은 갑자기 진지해진다. 호기심에 가득 찬 채로 말이다. 아이들의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은 하나같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기쁨이 건물 전체에 가득하다.

◇아이와 편한 외출 돕는 엄마아빠VIP존 = 지난 14일 방문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지하 1층의 서울아트책보고에는 기존에 찾아볼 수 없었던 장소가 마련돼 있었다. 바로 ‘서울 엄마아빠VIP존’ 1호점이다. 엄마아빠VIP존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발표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중 양육자의 편한 외출을 돕고자 마련된 장소다.

엄마아빠VIP존은 아이와 함께하는 외출이 편안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공공시설에 양육자와 아이에게 친화적인 환경으로 조성된다. 조성 유형에 따라 △아기쉼터(수유실)와 기저귀 교환대 등 육아편의 공간을 제공하는 ‘기본형’ △양육자와 아이가 함께 들러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조성하는 ‘충족형’ △양육자의 문화·여가생활 향유 등을 위해 시설 내 돌봄·놀이공간을 조성하는 ‘완성형’으로 나뉜다.

서울아트책보고 내에 마련된 엄마아빠VIP존 1호점은 위의 세 가지 유형을 모두 갖췄다. 3500여 권의 세계 그림책과 3D 입체도서, 그림책 디지털도서 등을 비치하고 구연동화와 공예체험 등 각종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엄마·아빠는 VIP존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취향에 맞는 아트북 체험을 하는 등 휴식도 가능하다. 또 엄마아빠VIP존 근처에는 기저귀 교환대 등이 있는 아기쉼터(수유실)도 마련돼있다.

이날 7살 아들과 함께 엄마아빠VIP존을 찾은 전수정(40) 씨는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있어 나만의 여유 시간을 갖지 못하는 편인데 아들이 VIP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책도 읽을 수 있고 조용히 차도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다”면서 “어린아이들은 어디를 가도 소란스러운 편이라 같이 공공장소에 가기가 부담됐는데 엄마아빠VIP존 때문인지 아이들이 다소 시끄러워도 이해해주는 분위기도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양육자와 아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중요” = 엄마아빠VIP존 조성을 주도한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17일 VIP존 사업 추진 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에 대해 “공공장소에서도 충분히 양육자와 아이가 최우선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엄마아빠VIP존에 세심한 배려를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VIP존 유형을 기본형, 충족형, 완성형으로 세분화한 것도 공공시설 이용 시 양육자가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불편함 해소에 중점을 두고 상황과 장소에 맞는 VIP존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시에 따르면 서울 거주 양육자 2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가정 내 육아의 어려움 외에 자녀와 마음 놓고 외출해 이용할 수 있는 편의 공간이나 시설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 실장은 “특히 맘카페나 요즘 엄마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주말에 아이와 함께 맘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백화점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보았을 때도 주말에 아이와 함께 가까운 공원에 외출했을 때 아이 기저귀 교체할 장소를 찾지 못해 짐을 들고 여기저기 헤맸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설별 유형에 따라 양육자와 아이를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엄마·아빠에게 만족스러운 방문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장소 맞춤 엄마아빠VIP존 = 엄마아빠VIP존 2호점은 오는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에 생긴다. 기존 아이돌봄 시설이었던 라바키즈존을 리모델링해 재개관하는 것이다. 1호점과 다른 디자인으로 조성되는 2호점은 아이를 동반한 양육자가 공연을 마음 편히 볼 수 있도록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는 내년까지 17개소, 2026년까지 총 66개소의 엄마아빠VIP존을 마련한다. 한강공원, 안양천, 전통시장 등 서울 곳곳에 장소에 맞는 특색있는 편의·휴식·돌봄 공간을 조성·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또 엄마아빠VIP존 조성과 관련해 민간과의 협업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 전체가 엄마·아빠를 위한 VIP존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공공시설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민간 보육시설 기부채납을 통해 VIP존을 조성한다거나 공공에서 장소를 제공하면 민간이 해당 장소를 VIP존으로 조성하는 등 다양한 협력방안이 있을 수 있는데 많은 기업과 단체, 관심 있는 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