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의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2년 전에 시도했다가 사람이 모이지 않아서 무산된 모임이었다. 이제야 함께할 사람들이 모여서 제대로 하고 있다. 모임 구성원은 총 6명으로 10대 시절이나 30대 초반부터 돌봄을 했거나 여전히 하고 있는 당사자들이다. 몇번의 모임을 더 진행한 후에 지금까지 나눴던 경험을 기반으로 돌봄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함께 기획할 동료들이기도 하다. 그동안 돌봄 경험을 시로 쓰기도 했고, ‘커뮤니티 케어’ 정책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돌봄을 하며 느낀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었고, 돌봄이 끝난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모임을 진행하는 동안, 한 동료는 직업 훈련을 마치고 첫 출근을 했다. 그가 첫 출근을 하던 날 그의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장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직장에 적응하는 데 온 신경을 쏟아도 모자랄 판이었지만, 그의 신경은 줄곧 아버지의 상태가 회복되길 바랐다. 차라리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아버지가 아팠다면 어땠을까.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운명의 장난’은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에게 자주 벌어지는 일이었다. 진로 이행과 가족 돌봄, 생계 부양이라는 삼중 과제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