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동향]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았다” 중도 퇴소, 더 끔찍한 홀로서기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09-22 10:28
조회
2206

[출처] 국민일보

[원문보기]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64757



 





서울 영등포구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무실에서 협회 관계자가 중간보호종료아동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간보호종료아동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착금, 임대주택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현규 기자




아동학대 피해자인 성현우(가명·22)씨의 또 다른 이름은 ‘중간보호종료아동’이다. 성인이 되기 전 보호시설에서 조기 퇴소해 홀로 지내는 아이들을 뜻한다. 시설 아이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최대 만 24세까지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지만, 중간보호종료아동은 시설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제도적 보호망 밖에 놓인다.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에게 주어지는 정착금이나 임대주택 지원 등의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중간보호종료아동이 되는 걸 성씨가 원했을 리는 없다. 끊임없는 아빠의 폭력을 피해 초등학생 때 보육원에 맡겨졌다. 시설에서 쭉 지냈다면 그는 자립준비청년으로 사회에 나설 준비를 했겠지만, 가출했던 엄마가 뒤늦게 찾아와 성씨 손을 잡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변함이 없었다. 그의 당시 일기에는 ‘아빠는 나를 자주 때렸다. 경찰이 해준 건 없었다. 짐을 챙겨 집을 나왔지만 쉼터를 찾지 못했다. 누가 데려다줬으면 갔을 텐데’라는 글이 남아 있다. 그나마 기댈 곳이던 엄마는 “배고프다”는 아들의 말에 “미안해. 돈이 없어”라고 답하고는 그 길로 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씨를 면담했던 상담사는 “엄마를 잃은 어린애를 폭행의 공포로부터 보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중학생이 된 뒤로도 줄곧 아빠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수소문 끝에 한 아동청소년쉼터 주소를 얻어내긴 했지만 찾아가는 법을 몰랐다. 중학생 아이가 먹고 잘 공간을 스스로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길거리를 배회하다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일상이 됐다.



가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시설에서조차 지내지 못한 그는 이후 친지 집을 전전하다 성인이 됐다. 어릴 적 보육원을 나온 후 성씨의 삶은 더 어두웠지만 그에겐 아무런 자립 지원의 손길이 없었다.



시민단체의 후원으로 검정고시까지 치르긴 했지만 성씨는 임대주택, 자립지원금 등 정부가 제공하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정책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한 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지원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며 “성인이 된 후 아이 스스로 감내해야 할 부담은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막했던 성씨는 군 입대를 택했다. 그 뒤로 쉼터 쪽과도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먹고살기 힘들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적이 있다는 얘기가 간접적으로 상담사에게 들려오긴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시설에서 자립한 이들은 ‘자립지원 전담요원’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지만 성씨는 그마저도 대상이 아니다.








아동자립지원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성씨 같은 중간보호종료아동은 지난해 기준 243명이다. 이 중 92명(44.4%)은 성씨처럼 원가정으로 복귀하는데 재학대가 빈번하게 이뤄진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간보호종료아동의 재학대 사례는 5517건에 이른다. 그해 전체 아동학대 사례 3만7605건 가운데 재학대 비율은 14.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홍창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무국장은 “중간보호종료아동은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정책 소외계층”이라며 “중간에 보호가 종료돼도 사례관리를 지속하는 시스템이 정립돼야 성인이 된 후에도 사회에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보호종료아동’부터 관리해야



한연수(가명·30)씨는 어릴 때부터 계속된 아빠의 학대로 우울증이 생겼지만 부모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학대 스트레스로 나뭇가지에 불을 지르거나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행위를 보였다. 한씨를 면담했던 상담사는 “아이가 화를 표출할 방법이 그것 말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씨는 초등학생 시절 몰래 경찰서에 찾아간 적도 있다. 아빠에게 당했던 일을 털어놓자 경찰은 그에게 정신과 진료를 연계해줬다. 하지만 부모 동의가 없어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한씨는 부모와 떨어져 지내길 원했고 경찰이 연계해준 쉼터로 들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뛰쳐 나왔다.



다양한 이유로 쉼터에 모인 아이들은 똑같은 통제와 관리를 받았다. 한씨와 같은 학대 아동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은 없었다. 한 그룹홈 관계자는 “보호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방치되면서 시설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 사무국장은 “자유분방하게 살던 아이들이 갑자기 통제 상황에 놓이면 반발심이 커진다”며 “무작정 아이들을 모아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향, 취미, 습관이 다 다르듯 쉼터 유형도 세분화해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족 울타리에 이어 쉼터에서도 벗어난 한씨는 중간보호종료아동이 됐다. 길거리 생활을 하며 동네 낡은 슈퍼 구석에서 쪽잠을 자고, 마트 시식코너를 돌며 배를 채웠다. 그러다 한 달쯤 지나 스스로 쉼터에 복귀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재입소를 요청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시설 안에서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도 자립 준비는 지난한 일인데, 조기에 시설 밖으로 나간 아이들의 자립 환경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우선 아무 대책 없이 스스로 보호종료를 택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아동청소년쉼터 관계자는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끝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적절한 자립 지원을 받지 못한 중간보호종료아동들은 시설 관계자에게조차 의지할 수 없다 보니, 성인이 된 후 보육원 동생들을 꾀어내 아르바이트를 시키거나 마약을 하다 붙잡히는 등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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