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관계 단절 등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건 ‘과거’의 영향이 크다.
가족에게 ‘버려진’ 경험을 한 아이들은 성인이 돼 독립한 뒤에도 의지할 사람을 만나지 못해 고립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과거 상처가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일 “(버려졌다고 느끼는 건) 부정적 생애의 경험일 수 있는데, 보호종료아동처럼 그런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취약하다”며 “일반적으로는 (실패의 경험이)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보호종료아동처럼 취약한 아이들에게는 극단적 선택으로 가는 방아쇠가 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시설 직원 등 자신의 사정을 아는 이들과도 연락을 끊는 등 스스로 소외를 택하는 건 위기 신호일 수 있다. 정 교수는 “사람들과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자기공개’가 필요한데 보호종료아동 같은 경우에는 시설 밖 사람을 만날 때 자기공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설에서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한 경우에는 자립 이후 더 고립될 위험성이 크지게 된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보호종료아동들은 스스로 ‘버림 받았다’고 생각해서 자존감이 높지 않다”며 “아이들 입장에서는 ‘내가 연락을 해도 되나’ ‘떠났으니까 더는 귀찮게 하지 말아야지’ 등의 생각을 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결국 심리적 도움을 일상적, 상시적으로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정 교수는 “치료 개념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갑자기 필요할 때 전화할 수 있는 멘토가 있다면 (극단적 선택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자립은 건강하게 의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