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행복해지면 출산율은 저절로 오른다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4-03-13 11:18
조회
278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32004.html

 

행복해지면 출산율은 저절로 오른다

 ‘광란의 1920년대’로 명명된 대호황기 말미에 허버트 후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 그는 당선 직후 “미국은 머지않아 가난을 정복할 것”이라는 취임 일성을 남겼지만, 그 말은 1년 만에 허언이 됐다. 1929년 10월 주식시장 붕괴와 함께 시작한 대공황 시기 미국의 산업 생산량은 반 토막이 났고 구직자의 4분의 1이 직장을 못 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후버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고집스레 금본위제를 유지하고 금리를 인상하며 위기를 장기화시켰다. 미국 경제는 2차 세계대전이 시작하기 전까지 위기 전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위기 극복이 늦어진 건 위기의 진상을 파악할 구체적인 통계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흔히 쓰이는 국내총생산(GDP) 같은 지표가 당시엔 없었다. 대공황으로 국민소득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가늠할 수 없으니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전미경제연구소에 국가 전체의 경제 규모를 측정해달라 요청했고, 이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의 주도하에 현대적 개념의 국민계정체계가 태동했다.

위기를 배경으로 탄생한 국민소득 지표는 발전을 거듭하며 국가 경제 운영의 주요한 근거를 제공했다. 의사가 ‘바이털 사인’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하듯, 정부는 지디피의 구성요소를 살핌으로써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지디피에 한계가 없지 않지만 건강, 교육, 여가활동, 심지어 주관적 행복감까지도 국민소득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 지표의 효용은 여전히 크다.

경제정책의 ‘수단’으로 고안된 지디피는 종종 경제정책의 ‘목표’ 자리에 올라서기도 한다. 매년 주요국 정부는 경제성장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 및 통화정책을 운영한다. 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이 예산을 풀어 경제 지표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기도 하고, 반대로 경제 지표로 측정된 성과가 정권을 끌어내리기도 한다. 수단이 목표가 됐을 때 발생하는 비효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숫자는 때때로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

...

통계는 과거의 문제를 파악해 개선하는 한편 미래의 변화를 예측해 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통계가 그 자체로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현 정부는 ‘합계출산율 1.0명 회복’을 목표로 한다지만, 저출산 문제는 출산율에만 초점을 맞추면 해소가 안 된다. 사람들은 다 적당히 똑똑하고 적당히 합리적이다. 출산의 편익이 그 비용을 능가한다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반면 그 반대라면 출산율 추이 반등은 난망하다.


따라서 우리는 출산율 통계에 집중하는 대신 지금 우리나라가 살 만한, 그래서 후손에게 물려줄 만한 곳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왜 근로시간은 이렇게 긴지, 왜 시간당 생산성은 이렇게 낮은지, 왜 산업 현장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지, 왜 고용형태 간, 기업 간, 남녀 간 임금격차는 이렇게 큰지, 수도권 집중은 왜 해소되지 않는지, 젠더갈등은 왜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지 물어야 한다. 살아 있는 사람이 행복해지면 출산율은 저절로 오른다. 부디 최근 출산율을 둘러싼 논의가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그 이면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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