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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말고] 명인(命人) | 인권교육연구소 ‘너머’ 대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말은 모든 인간관계의 만병통치약처럼 참 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특히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존중하고 배려하고 싶지만, 그러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중증장애인 동료와 함께 활동하면서 장애에 대한 내 인식이 꽤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을 때쯤의 일이다. 나는 그와 둘이 밥을 먹을 때 식사보조를 하면서 그에게 자주 잔소리를 했다. “천천히 먹으라니까. 숟가락에 이렇게 왕창 떠 달래서 씹지도 않고 그냥 삼키니 위장이 좋을 리가 있어?” 어느 날 그 모습을 본 선배가 혀를 찼다. “네가 활동보조를 너무 못하니까 얘가 밥을 빨리 먹지.”

 

아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식사보조를 할 때 나는 그에게 먼저 밥을 먹이고 내 밥을 먹었다. 내 딴엔 그게 당연한 배려였다. 그런데 그러면 내가 먹을 국이나 찌개는 식어버린다는 걸 아는 동료가 나에게 미안해서 매번 밥을 빨리 먹은 것이다. 활동보조에 나보다 훨씬 익숙한 선배는 그에게 먹이면서 동시에 자기도 잘만 먹었다. 그리고 그는 내가 나름대로 골고루 집어 주는 대로 먹던 것과 달리, 선배에겐 이거 달라, 저건 싫다 하면서 자기 식성대로 먹고 있더란 말이다. 내 배려가 나를 배반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