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동향] “아이들 유치원 가듯, 노인도 센터 간다면”…집에서 여생 보낼까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09-15 14:05
조회
2372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8663.html?_ga=2.3020084.503271019.1663132676-1707667444.1644465886









[‘기승전 요양병원’ 노인복지 제자리걸음]



“아이들 유치원 가듯 노인들도 센터에”

노인 주간 돌봄 서비스 의무화 목소리



세분화되지 않은 돌봄 서비스에

맞춤형 지원·사업 기관도 제각각

노인 상당수 시설에서 여생 보내



자녀들, 부모 입소에 ‘죄책감’ 느껴

“요양병원, 의료서비스 제대로 못 받아”

요양등급과 상관없이 돌봄 받아야













지난 9월5일 어르신들이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실시하는 퍼즐맞추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 효경복지공동체 제공

지난 9월5일 어르신들이 주야간보호센터에서 실시하는 퍼즐맞추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 효경복지공동체 제공














제공



 

“시아버지가 매일 전화로 협박했죠. 나 약 샀다. 자살하려고 약 샀다. 이렇게 맞다간 죽을 거 같다. 그냥 너네 엄마랑 같이 죽을란다…”

 

자살소동. 김희원(56·가명) 씨는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야겠다 마음 먹었던 날을 그렇게 기억했다. “저 사람이 나를 괴롭혀” 섬망(뇌 기능 저하) 증세가 나타나면 시어머니는 시아버지를 때렸다.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이 함께 날아들었다. 2년의 사투 끝에 시아버지는 ‘더는 못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시아버지가 죽을 판이었다.










2014년 시어머니는 결국 요양원에 입소했다. 그것도 잠시, 입소 사흘 만에 사고로 시어머니의 고관절이 부러졌다. 희원씨는 시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옮기고 싶지 않았다. “한 시간이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있는 요양원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요양병원은 침대에만 누워 연명치료만 받잖아요.” 하지만 혼자서 먹는 것도, 걷는 것도,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치매 환자를 받아주는 곳은 요양병원 뿐이었다.










시아버지와 희원씨는 매일매일 시어머니를 보러갔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상황이 나빠졌다. 면회가 제한됐다. 힘겹게 면회를 가더라도 방호복을 뒤집어 쓰고 나타난 가족의 모습은 시어머니의 공포심을 극대화시켰다. 시어머니는 그리움에 울다가, 만나면 소스라치는 일상을 반복했다. “코로나가 시어머니를 더 우울하고 외롭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더 안 좋아지셨죠.” 2021년 12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을 오가던 시어머니는 요양병원에서 숨졌다. 집을 떠난 지 8년째 되던 해였다.

 













 






 


‘현대판 고려장’ 부른 돌봄공백


 

 

853만7000명. 통계청의 ‘2021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 인구의 16.5%가 65살 이상 노인이다. 정부는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해 노인 돌봄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2018년엔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하겠다며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당수 노인들은 여전히 ‘살던 곳’이 아닌 요양시설·병원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2020년 말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의료공급체계 개선 이행전략 개별 연구 보고서)를 보면, 시설에 있는 노인 10명 가운데 6명은 지역사회에서 최소한의 돌봄으로 생활이 가능하지만, 불필요하게 요양시설·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이다. 연구를 진행한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이를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표현했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낸 날 죄책감에 못 이겨 술을 마셨어요. 한 달은 ‘잘 한 짓인가’ 종일 멍하게 보냈어요.”(박지원(가명)씨·55살) “아빠를 보내고 심란한 마음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며 엄마와 엉엉 울었어요. 죄책감과 찾아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죠.”(김희원(가명)·56살) 시설 밖에 남은 가족도 상처투성이다. 가족들은 왜 노인들을 시설로 보낼 수 밖에 없었을까? 지역사회 돌봄은 왜 제자리걸음일까? <한겨레>가 ‘돌봄과 미래’(가칭) ,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 휴먼앤데이터와 함께 아픈 부모님을 모시며 돌봄서비스를 이용한 40~50대 자녀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희원씨 시어머니의 치매는 우울증에서 시작됐다. 서울 강북구에서 4남매를 키우며 살았던 시어머니 양원주(가명·2021년 사망)씨는 2011년께 살던 곳이 재개발되면서 한순간에 이웃과 이별했다. 집 근처 시장에서 동네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냈던 원주씨는 이사 뒤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2012년부터 혼자 놀이터에 쭈그려앉아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외로움은 우울증이 됐고, 치매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와 가족들 설득해 주야간보호센터를 알아봤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주야간보호센터는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을 주·야간으로 돌봐주는 곳으로, 센터는 글쓰기·종이접기·퍼즐맞추기 등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자가 많아 당장 시어머니가 갈 수 있는 센터는 없었다. 결국 4개월 동안은 방문요양사가 집으로 찾아와 원주씨의 일상을 도왔다. 하루 4시간이었다.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76살 고령의 시아버지는 할 수 있는 집안 일이 없었다. 희원씨가 거의 매일 시부모님 집을 오갔다.

 

4개월 뒤 어렵사리 주야간보호센터에 들어갔지만, 원주씨는 센터의 다른 노인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센터를 나온 뒤에야 시어머니가 한글을 쓰지 못한다는 걸 알았어요. 손에 펜이나 색연필을 쥐어주는 프로그램이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그제사 안 거죠. 차라리 소규모 센터에서 노인들과 이야기라도 나눴다면 그게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센터의 일률적인 프로그램은 원주씨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치매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고, 가족들도 빠르게 지쳐갔다. 그리고 시아버지의 자살소동 뒤인 2014년 가족은 원주씨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일률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세분화된 돌봄을 받았다면 시어머니의 상황은 나아졌을까? 집에서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다 필요할 때 센터를 방문해 다른 노인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더라만 말이다. 제도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장기요양보험 제도상 방문요양과 주야간·단기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나눠져 있어 각각의 기관을 찾아가 서비스를 신청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6월 말 현재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기관 3만6118개 가운데 절반(46%)이 방문요양기관으로 쏠려 있다.

 

정부가 2016년 통합재가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재가서비스는 이용자가 장기요양기관에 한 번만 신청하면,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 기관에서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6년~2018년 시범사업 당시 이용자 10명 가운데 9명(90.4%)이 제도를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실제 만족도도 높았다. 하지만 통합재가서비스는 흩어져 있는 재가급여 기관을 통합해 추진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지 6년째 본사업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3차례 시범사업이 끝난 2019년 8월부터 시작한 예비사업은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아이들 유치원 가듯 노인도 센터에


 

 

“거쳐야 하는 단계는 다 거쳤어요. 요양병원만 가시지 않으면 했는데 피할 수 없었죠.” 희원씨는 한국사회의 돌봄은 기승전 ‘요양병원’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요양, 주야간보호센터, 요양원까지 온갖 종류의 돌봄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시어머니의 상태는 나아지기는 커녕 나빠져만 갔다.

 

희원씨를 비롯해 가족들 돌본 경험이 있는 자녀들은 모두 요양병원을 “죽으러 가는 최악의 장소”로 꼽았다. 친정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보낸 경험이 있는 박미라(가명·55살)씨는 “사람 대우를 받을 수 없다. 요양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죽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요양병원이 요양 뒤에 ‘병원’이 붙지만, 요양도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도 받을 수 없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떻게 이런 돌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희원씨는 “시어머니를 주야간보호센터에 보낼 때 아무런 돌봄을 제공할 수 없는 집보다 기관이라도 가는게 낫지 않겠냐 생각했다. 근데 이것저것 다 해보니 그래도 가정에 머물며 내 친한 이웃과 함께 있는게 어떤 전문적인 프로그램보다 나은 거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희원씨는 “돌봄 기관이 큰 기업으로 있기 보다 동네 소규모로 가족처럼 꾸려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생각한다. 이는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서 57.6%의 노인들이 “거동이 불편해서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답한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반영해 노인이 요양시설·병원에 가지 않고 살던 집, 동네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2018년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케어)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시작한 시범사업은 올해 말 종료된다.

 

가족 돌봄 경험자들은 각자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공통으로 ‘주간 돌봄 서비스 의무화’에 공감했다. 현재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려면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정한 3~5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등급을 받기 전 비교적 건강한 상태일 때부터 센터에 갈 수 있게 기회를 열어달라는 취지다. 김희원씨는 “유아들이 유치원에 가듯이 노인들도 센터에 간다면 저항감도 덜 할 것 같다. 등급에 상관없이 하루라도 빨리 가야 치매도 늦추고 건강한 노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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