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죄책감 없는 육아를 위해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09-07 10:40
조회
1993









































[출처] 한겨레신문


게티이미지뱅크




















[숨&결]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조언과 멘토링의 시대다. 삶의 목표를 찾는 법, 좋은 관계를 맺는 법, 상처받지 않는 법, 혼자 잘 노는 법에 관한 책과 방송과 유튜브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육아도 예외가 아니다. 출산율이 떨어져 아이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육아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육아 멘토는 국민 셀럽 대접을 받는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어려운 순간이 닥친다. ‘멘토’들은 그때마다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입담 좋게 풀어낸다. 책이든 방송이든 넋을 잃고 빠져들 정도로 다들 개성이 출중한데, 신기하게도 메시지는 똑같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면 부모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이야!










 

나는 부모에게 죄책감을 일으키는 모든 이론에 화가 난다. 별 근거도 없이 이렇게 말해야 하며, 저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육아 조언이 몹시 불편하다. 하나같이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발달과 행동에 관한 기초조차 공부하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은 A를 해준다고 반드시 B가 나오지 않는다. 육아 조언은 무의식중에 그런 구도를 만들어낸다. ‘아,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행동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은 필연적으로 죄책감을 부른다. 결국 오늘날 육아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부모, 특히 엄마는 직장 일과 가사에 시달리면서 24시간 아이를 “정의롭게” 대하는지 자기검열을 한다.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불안하니 또 육아책과 방송에 매달린다.









과학은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요점은 두가지다. 첫째, 아이가 자라 어떤 사람이 될지는 양육보다 유전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둘째, 양육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부모가 어떤 말, 행동, 태도를 보였을 때 아이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부모의 자식도 자라서 판이하게 다른 사람이 되는 이유다.

자폐의 역사를 보면 ‘냉장고 엄마’란 말이 나온다. 엄마가 아이를 차갑게 대했기 때문에 자폐가 생겼다는 이론이다. 조현병의 역사 속에는 ‘조현병을 유발하는 엄마’란 개념이 있었다. 모두 장애나 질병의 원인을 부당하게 부모, 특히 엄마에게 뒤집어씌운 사이비 이론이다. 수많은 부모와 당사자에게 고통을 안기고, 차별과 멸시를 부르고, 심지어 가족을 죽음으로 내몬 유해한 미신이다. 그런 이론을 만들고, 퍼뜨리고, 가장 열렬히 옹호한 사람은 하나같이 자칭 타칭 ‘당대 최고 육아전문가’였다.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방송에 나와 고민 상담을 하며 모든 것을 아는 체, 모든 문제의 답을 쥔 체하던 사람들이다. 대부분 세상을 떠났지만 글과 녹음은 영원히 남아 그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웅변한다.



아이를 키우는 데 모델 따위는 없다. 결코 일반화할 수 없는 수많은 맥락과 내력 속에, 각기 독특한 존재인 부모와 아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자식을 키우다 보면 소리도 지르고, 등짝 스매싱도 하고, 미처 대답할 준비가 안 되었으면 ‘엄마 아빠가 손을 잡았더니 네가 생겨서 배꼽으로 낳았다’고 해도 별문제 없다.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면 큰일 날 것처럼, 큰 죄라도 짓는 것처럼 몰고 가면서 정답 아니면 오답이라는 식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면 매 순간이 상처로 남고, 만회가 불가능하다. 이런 어리석은 짓의 뿌리가 상업주의에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죄책감은 끔찍하고 끈질긴 감정이다. 죄책감을 짊어진 육아는 즐거울 수도, 신비로울 수도 없다. 양육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과학의 가르침은 우리를 해방시킨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마음 졸이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고 일러주기 때문이다. 아이는 삶에서 가장 소중한 손님. 그와 함께 우리는 우주가 생긴 이래 딱 한번밖에 없는 순간순간을 함께한다. 끊임없이 실수하면서도 사랑이라는 음악을 즉흥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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