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 브뤼 미술'을 창안한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 개인전이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적나라한'(1945·왼쪽), '모나리자'(1948) 등으로 삐뚤삐뚤한 선과 막 칠한 거 같은 색상에서 어린이 그림 같은 순수한 기쁨이 느껴진다. 소마미술관 제공
“모든 사람은 화가가 될 수 있었다. 그림은 이야기 하는 것, 혹은 걷는 것과 같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프랑스 미술계를 대표하는 주요 화가 장 뒤뷔페(1901∼1985). 그는 이렇게 말하며 제도 교육을 받은 엘리트 미술의 상투성에 반기를 들고 어린이, 아마추어, 심지어 정신병자가 그린 작품들이 보여주는 길들지 않는 자유분방함에 주목했다. 이를 ‘아르 브뤼(Art Brut·원생미술)’라고 명명하고 그들의 미술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을 했을 뿐 아니라 전시 후원까지 했다.
그런 장 뒤뷔페의 예술 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프랑스 뒤뷔페재단이 소장한 회화, 조각 등을 포함한 67점이 건너왔다. 뒤뷔페를 존경해 그와 25살 나이 차를 뛰어넘어 예술 동지로서의 인연을 이어간 자크 빌레글레(1926∼2022)와의 2인전이다. 전시명은 그래서 ‘뒤뷔페 그리고 빌레글레’전이다.
뒤뷔페는 프랑스 르아브르에서 부유한 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고 자신도 커서 와인상이 됐다. 그렇게 부르주아로 살아가던 그는 41세 되던 해 돌연 화가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뜬금없는 것은 아니었다. 청소년기인 1918년 파리에서 6개월간 미술 수업을 받은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아카데미 미술 수업이 기질이 맞지 않았던 그는 화가의 꿈을 포기했었다.
마흔이 넘어 숨겨진 욕망대로 화가가 된 그는 다른 화가와 관점이 달랐다. 그가 주목한 것은 정신병자, 어린이, 아마추어 등 아웃사이더의 미술이었다. 1923년 군 복무 중 한스 프린조른 박사가 모은 정신병자들의 그림을 보고 감동했고, 이들의 그림에서 보이는 형태 왜곡, 불균형, 생경한 색의 조합 등 시각적 특성에 주목했다. 이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1949년에는 최초로 아르 브뤼 전시회까지 열었다.
뒤뷔페의 작품에서도 아웃사이더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꾸미지 않은 날것이 주는 생생한 기쁨이 있다. 인체를 다양한 자세로 완벽하게 구현하기는커녕, 수직적인 형태, 인체 각 부위의 대칭적 배치, 기법을 배제한 극단적인 단순성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