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동향] ‘내겐 기댈 사람이 없어’… 홀로 세상 등진 자립준비청년들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12-05 10:52
조회
1866

[출처] 국민일보

[원본링크]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76373





질병·실연·실업에 기댈 곳 없고
‘유일한 끈’ 시설원은 속수무책

한두번 실패에도 극단적 선택









지난 6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김지수(가명·21)씨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던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대학생이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보육원에서 자란 김씨는 2019년 1월 퇴소한 뒤 홀로서기를 했다. 이후에도 보육원 직원 A씨와 원장을 ‘엄마’라고 부르며 연락을 이어갔다. A씨는 그가 기댈 수 있던 유일한 어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뜸해졌던 2020년 5월 그는 갑작스레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즈음 김씨는 주변에 종종 “외롭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걱정이 됐던 시설 관계자들이 지역 복지센터와 연결해 김씨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김씨 집도 자주 찾았다. 지난해 5월 김씨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는 A씨와 원장이 번갈아가며 김씨를 간호했다.



하지만 김씨의 심리 상태는 호전됐다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그가 숨지기 한 달 전 A씨는 김씨를 입원 시키려고 병원까지 동행했지만 김씨가 울면서 거부한 탓에 그냥 돌아와야 했다. 김씨 가족과 다름없는 시설 관계자들도 법적으로는 성인인 김씨의 친권자가 아니었다. 그를 강제 입원 시킬 수도 없었다. 달리 방법이 없어 위로만 건네던 사이 김씨는 지난 6월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4일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이 퇴소한 후에는 시설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한탄했다.



심지어 김씨의 사망 사실도 바로 알지 못했다. 경찰은 “친족이 아니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그의 안치 장소도 말해주지 않았다. 뒤늦게 생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그의 작은아버지가 시신을 인계해 장례를 치렀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다.








국민일보는 보건복지부의 자립수당 지급 중단 현황을 토대로 전국의 아동양육시설에 연락해 자립준비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몰리게 되는 현실을 물었다. 시설 관계자들은 성인이 돼 사회로 나온 이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건 고립감 등 정서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혼자가 된 청년들은 감염병 여파나 연인과의 이별, 실업 등 여느 청춘도 겪는 시련에도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5월 세상을 등진 이기영(가명·20)씨는 생전 용접 기술을 배우며 자립을 꿈꿨다. 그룹홈에서 생활한 그는 대학 진학 대신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용접 일을 선택했다. 2018년 시설 퇴소 뒤 2년간 악착같이 일을 하며 안정적 미래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2020년 초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게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치 않게 일을 그만둔 그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가깝게 지내던 친누나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씨는 혼자 살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고독한 죽음은 “건물 밖까지 심하게 냄새가 난다”는 이웃의 신고 뒤에야 비로소 드러났다. 해당 지역 그룹홈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한두 번 실패해도 부모가 응원해 주거나 주변 지지를 받을 수 있는데,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관계 맺기에 서툴렀던 이들은 주변인에게 상처를 받으며 무너지기도 했다. 유지환(가명·19)씨는 2019년 3월 시설 퇴소 후 한 자립생활관에서 지냈다. 목표로 한 대학 진학을 위해 입시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유씨는 2020년 11월 여자친구와 다툰 이튿날 충동적으로 세상과 결별했다.



숨진 유씨를 처음 발견한 자립생활관 직원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전문 상담가와 대화를 한다거나, 말 못 할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워 했다. 유씨가 자란 시설의 원장은 “보호종료아동들의 고립 문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아이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인 만큼 퇴소하기 전 아이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한주 성윤수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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