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동향] 국가주의 벗겨낸 공공조각 시대… 최만린이 있었다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10-31 10:32
조회
2593

[출처] 국민일보

[원본보기]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70624





성북구립미술관 ‘모두의 조각’ 展
순수미술 꽃피운 2세대 대표 작가

주요작 모형 전시… 설치장소 안내

 










서울 성북구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이 ‘모두의 조각’전을 통해 12월 3일까지 조각가 최만린과 공공미술 세계를 조명한다. 사진은 공공 조각을 높이 들어 올릴 때 사용하는 도구를 설치 작품으로 구현한 전시 전경. 최만린미술관 제공




미술관 밖 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서울 광화문에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해머링맨 등 세계적인 조각가의 작품도 있지만 여의도 회사 근처에도 건물 입구마다 조형물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거리의 저 조형물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정부가 의뢰한 이순신장군상 등 기념조형물, 건축물미술작품제도에 의해 건물 앞에 세워진 조각 등 두 종류가 대부분이다.





ⓒ스톤김




서울 성북구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이 우리나라 공공 조각의 세계를 조명하는 ‘모두의 조각’전을 한다. 최만린미술관은 조각가 고 최만린(1935~2020·사진)이 30년간 거주했던 정릉 자택을 성북구에서 매입해 성북구립미술관 분관으로 조성한 곳이다. 작가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이 집에서 거주하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미술관의 흰색 사각 벽이 아니라 작가의 작업공간이 전시장으로 변한 것이라 전시된 작품 한 점 한 점에서 예술가의 체취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이 집은 건축물 자체도 독특하다. 1970년대 초 은행장이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 지은 집을 작가가 나중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구 건축물을 모방한 반양옥 건물이 유행하던 그 시기에 보기 드물게 적벽돌을 사용해 모던하게 지었다. 집장사가 지은 평범한 빌라로 둘러싸인 그 동네에서 건축물 자체가 갖는 독특한 아취가 있다. 벽돌로 만든 사각의 연못, 아치형 입구와 벽감 등이 있는 주택의 실내외 곳곳에 작품을 놓았다.





생전 자택을 개조한 미술관 정원에 설치된 작품. 최만린미술관 제공




중정처럼 확 트인 복층 집의 중앙 거실 자리에는 최만린의 작품과 함께 과거 공공조각을 들어올리기 위해 사용하던 거중기 모양의 설치 작품을 놓아 이번 전시의 초점이 공공 조각에 맞춰져 있음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왜 ‘최만린과 공공조각’일까. 조각을 전공한 미술계의 한 인사는 “공공 조형물 시장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유학한 김경승(1915∼1992), 윤효중(1917∼1967) 등 홍익대 교수들이 1세대 수혜자였다”고 했다. 이들이 해방 이후 이순신, 안중근, 세종대왕, 이승만 등 역사적 인물의 동상을 정부로부터 주로 수주 받아 제작했다. 이어 해방 후 국내에서 미술 교육을 받은 2세대인 최만린과 함께 김세중(1928∼1986), 엄태정(1938~), 송영수(1930∼1970) 등 서울대 교수들이 60년대 이후 공공미술 시장을 휘어잡았다.



이 가운데 김세중은 광화문 이순신장군상의 제작자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최만린의 경우 제작한 공공 조각이 국내외 100여점이 넘는다. 한반도에서는 무역협회에서 개성공단까지, 해외에는 미국 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에까지 그의 작품이 놓여 있다. 선배 세대가 국가적 통치 행위의 하나로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위인의 동상을 주로 수주받았다면 최만린, 엄태정 등은 미술관에 전시하던 자신들의 순수미술 작품을 공공 장소에 설치했다.





건축물미술작품 제도에 따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 건물 앞에 세워진 최만린 조각. 손영옥 기자




이는 건축물미술작품 제도 덕분이다. 이 제도는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예술인을 지원하고 도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신·증축 건물에 건축비의 0.7%(초기 1%)를 미술품 설치에 쓰도록 했다. 처음 권고 사항이었다가 88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시가 먼저 의무화했고 1995년부터 전국적으로 의무화됐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조각보다는 회화를 선호하는 한국 미술시장에서 조각을 전공한 예술가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방편이 공공 조형물 제작이었다”고 말했다.



‘모두의 조각’전은 이런 제도의 변천사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이 제도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인 최만린이 설치한 공공 조각 작품을 모형으로 제작해 설치 장소 지도와 함께 보여준다.



서울대 조소과 출신인 최만린은 20대에 전쟁 후의 상실감과 생의 의지를 상징하는,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표면은 거친 여성 조각 ‘이브’로 미술계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추상조각으로 돌아서 30대인 60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는 한자의 서체를 삼차원 공간에 구현한 ‘천지현황’ 시리즈로 변화를 모색했다. 40대인 70년대 중반부터는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며 동물의 장기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형태의 ‘태’ 시리즈를, 80년대 들어서는 에너지가 사방으로 뻗는 거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의 ‘맥’ 연작을 했다. 이어 50대에 들어선 80년대 후반부터는 양끝을 마주한 호의 형태로 비움과 버림을 구현한 ‘영’(O) 시리즈를 했다. 최만린미술관 안과 바깥 정원에서 이런 작품 세계의 변천을 실제 작품을 통해 모두 볼 수 있다. 미술관을 벗어난 서울 곳곳에서도 최만린의 작품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남산에서 명동까지만 걸어가더라도 몇 점을 만날 수 있다.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앞, 명동의 전국은행연합회 앞 정원과 하나은행 본관 로비에 작품이 있다. 전시는 12월 3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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