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지역복지 실무자의 이직과 퇴직에 관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0-04-28 17:15
조회
12880

[출처] wish 공유복지플랫폼-지식공유활동가-노수현

[원문바로보기] http://wish.welfare.seoul.kr/front/wsp/column/view/detailColumn.do?currentpage=1&colu_no=83509&user_id=nsoo102

 

지역복지 실무자의 이직과 퇴직에 관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

 

작성자 : 노수현

 

칼럼의 주제로 적합하지 않은 제목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서울시에서 찾동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서울시복지재단에서 마을지향복지관 사업을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교육과 컨설팅의 형태로 제법 많은 복지관을 방문했습니다. 서울시복지재단 마을지향복지관 사업은 2019년 기준으로 53개소가 참여했는데, 헤아려보니 42개 기관을 방문했습니다. 서당 개 3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양한 기관의 관리자와 실무자를 만나면서 나름의 경험이 쌓였습니다. 특히 실무자와의 만남과 지역복지 이야기는 저에게도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배움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무자 선생님과 친해지면 꼭 듣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안타까움이자 이번 글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그것은 바로 ‘이직’이란 주제입니다.

 

지역복지와 마을 만들기를 주제로 지역복지 자문을 시작했는데, ‘이직’ 자문으로 마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하소연 정도로 생각했는데, 유사한 횟수가 증가하면서 전달체계와 리더십의 구조적인 문제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번 공감만 할 수는 없고, 뭐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당장에 이직을 고민하는 실무자에게 그래도 선택의 시점만은 점검할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사고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 같지만, 큰 사고를 알리는 작은 신호가 있다고 합니다. 위험을 알리는 미세한 신호들이 있는데,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직’도 때를 알리는 신호가 있습니다.

 

첫째, 몸이 아픕니다.

멀쩡했는데 멀리 복지관만 보이면 두통이 생기고, 그 왕성한 소화력도 점심 한 끼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과 의지로 견디려 해도 몸은 감기와 두통과 불면증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다만, 이직을 알리는 신호는 조금 더 강합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에서 두통과 소화불량 정도 없는 사람이 드뭅니다. 무한경쟁의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본인이 생각해도 건강의 이상 신호가 느껴지고, 이런저런 이유로 병원 출입이 잦아집니다. 그러면 생각해야 합니다. 신께서 인간 세상을 보면서 이해 못 할 일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건강을 잃으면서까지 일하는 것과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건강을 위해서 쓰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몸의 신호를 살펴야 합니다.

 

둘째, 마음이 아픕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즐거우면 몸도 힘이 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소리를 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몸처럼 마음도 아프고,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몸이 감기에 걸리듯이 마음에도 감기가 찾아옵니다. 무기력하고 외롭고 허망하고 예기치 않는 슬픔이 올라옵니다. 마음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고 쉬는데, 마음의 감기는 무시합니다. 상처를 숨기면 곰 듯이 마음도 방치하면 병이 깊어집니다. 마음의 병이 깊어지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삶의 의미가 희미해집니다. 심하면, ‘이런 의미 없는 삶을 살 이유가 없다’라는 위험한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직장 상사에게 지적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통념으로 인정되는 지적과 훈계를 넘어선 인격 모욕으로 마음에 심각한 상해가 지속해서 가해진다면, 이직과 퇴직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셋째, 내 생각과 능력이 조직을 넘어섭니다.

조직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조직에는 규칙이란 것이 있습니다. 조직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모든 사람이 알도록 공유합니다. 조직이란 배가 향하는 목적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목적지가 내가 생각하는 곳과 현저하게 다르다면 생각할 문제입니다. 또한 나에게 100만큼의 에너지가 있는데, 조직의 힘이 10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이것도 문제입니다. 나와 조직 모두에게 해로운 일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내가 우리 조직 윗분들보다 많이 알고 일도 잘합니다. 나의 역량이 조직이 요구하는 역량을 넘어서고, 오히려 조직이 내 생각의 범위와 역량을 쫓아오지 못합니다. 그러면 개인을 위해서도 조직을 위해서도 ‘이직과 퇴직’을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넘치는 에너지를 조직변화를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썼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와 비교해봐야 합니다.

 

몸과 마음과 역량의 3가지 신호는 이직과 퇴직의 시점을 생각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이런 신호를 접수하면 무조건 이직해야 한다는 말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제를 분석하는 것과 선택은 다릅니다. 선택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어쩔 수 없이’입니다.

이직의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조언이 아니어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직을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가 생계입니다. 생계를 생각하면서, 반성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 생계를 위해서 사회복지 일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철없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것이 혈기만 앞선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를 깨닫고 부끄럽습니다. 참새가 종일 부지런히 먹이를 찾듯이, 세상의 모든 생계는 귀한 것입니다. 특히나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위한 노력은 박수 받아야 합니다. 그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 이직과 퇴직을 못 한다면, ‘어쩔 수 없이’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책망하지 말고, 생계를 위한 당당한 선택으로 생각을 바꾸면 좋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로 선택당하지 말고, 생계를 위해 내가 당당히 선택한 것입니다.

 

둘째, ‘이대로는 못 산다’입니다.

이직과 퇴직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방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단 사직서를 내고서 다음을 생각하는 방법과 일하면서 이직할 직장을 알아보는 방법입니다. 사람의 성향과 환경에 따라서 선택이 다름으로 어떤 것이 바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선택에 따른 과정과 결과를 생각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먼저 사직하고 다음을 생각하는 방법은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에 힘을 충전하고, 다음 직장을 집중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좋은 컨디션에서 바른 선택이 나오는 법입니다. 지금 수준과 다른 길을 고민하고 새로운 길을 도전할 기회도 됩니다. 다만 결과를 보장할 수 없고 준비 시간이 길어지면 불확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통장의 줄어드는 잔액을 견뎌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일하면서 이직을 알아보는 방법은 통장 잔액을 신경 쓰지 않고서도 생각의 시간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직하게 되면, 중단 없는 경력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지금을 견뎌내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누적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심하면 하루가 한 달처럼 느껴집니다. 머릿속에 이직이 자리 잡고 있어서, 일에 집중하기도 힘듭니다. 고통과 고민은 깊어지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만 길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실무자와 이직을 주제로 대화하면 답답한 마음 가득하였는데, 글을 쓰면서도 답 없는 현실에 똑같은 심정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먼저 찾으라’라는 말은 맞긴 하는데,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 같습니다. 뻔한 이야기를 길게 썼다고 생각하시면, 저의 마음만 앞선 부족한 필력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직 자문의 마지막은 언제나 침묵이었나 봅니다. 침묵을 뒤로하고 자리를 일어설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따뜻한, 혹은 시원한 커피 한잔을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마음입니다. 누군지 모를 여러분에게 커피 한잔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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