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가족’을 허하라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1-05-21 10:58
조회
9514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바로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6032.html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두명의 여고 동창생이 있었다. 둘은 여고를 졸업한 후부터 함께 지냈다. 한 사람은 직장을 다녔고 또 한 사람은 집안 살림을 맡았다. 그렇게 40여년을 보내며 60대에 접어들었는데 한쪽이 병으로 쓰러졌다. 간병을 열심히 했지만 큰 수술에는 혈연 가족의 동의가 필요했다. 평소 왕래가 없던 먼 친척이 나타났고, 동시에 아픈 분의 아파트, 보험, 예금 등의 권리도 그 친척의 몫이 되었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계속 살려면 갑자기 나타난 친척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기막힌 처지가 된 것이다. 삶의 터전을 지키려 싸웠지만, 도리어 받게 된 법적 처분은 집에도, 병원에도 오지 말라는 접근 금지였다. 결국 40년을 함께한 이의 임종도 지켜볼 수 없는 슬픔 속에서 그분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런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50대의 레즈비언 커플 중 주택 명의를 가진 파트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돌아가신 분의 가족들이 집을 처분하려 했으나 오랜 시간 그 가족들과도 왕래를 하며 지냈던 친구들이 겨우 설득해서 남겨진 분이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레즈비언 커플의 경우엔, 부모님들에게 커밍아웃을 못 했으나 형제들은 모두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어서 그 형제들이 부모님을 설득해 남은 분에게 유산 상속이 이루어지도록 했다는 사연도 들은 적이 있다. 설득의 핵심은 ‘두 사람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보라, 가족과 다를 바 없음을 알지 않느냐, 그러니 내쫓으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감동적인 사연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칭송받을 미담으로 남길 바라지는 않는다. 자신의 권리가 주변 사람들의 선의에 의해서 지켜지길 기대하며 평생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전체 2,78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필독] 복지동향 & 칼럼 게시판 이용 안내
노원 복지샘 | 2019.12.17 | 추천 1 | 조회 95344
노원 복지샘 2019.12.17 1 95344
1841
[복지동향] 30년 뒤에는 가족해체? … 4인 가구 6%만 남는다
노원 복지샘 | 2022.06.30 | 추천 0 | 조회 5324
노원 복지샘 2022.06.30 0 5324
1840
[복지동향] 29일부터 올해 교육급여 학습특별지원금 신청
노원 복지샘 | 2022.06.29 | 추천 0 | 조회 6576
노원 복지샘 2022.06.29 0 6576
1839
[복지동향] 서울시, 전국 최초로 학대 피해 아동에 전문 심리치료 지원
노원 복지샘 | 2022.06.29 | 추천 0 | 조회 5941
노원 복지샘 2022.06.29 0 5941
1838
[복지동향] 서울소방, 장애인 안전교육 확대…점자 음성변환 교재 등 보급
노원 복지샘 | 2022.06.28 | 추천 0 | 조회 6087
노원 복지샘 2022.06.28 0 6087
1837
[복지동향] 서울시, 아이 봐주는 친인척에게 수당 추진
노원 복지샘 | 2022.06.27 | 추천 0 | 조회 5184
노원 복지샘 2022.06.27 0 5184
1836
[복지동향] 보호종료 청소년 홀로서기 둥지로… ‘희망디딤돌’의 힘
노원 복지샘 | 2022.06.27 | 추천 1 | 조회 7228
노원 복지샘 2022.06.27 1 7228
1835
[복지동향] 장애예술인 인터뷰, 시인이어서 행복한 허상욱
노원 복지샘 | 2022.06.24 | 추천 0 | 조회 5795
노원 복지샘 2022.06.24 0 5795
1834
[복지동향] 서울 고독사 10명 중 2명은 비수급자…"사각지대 줄여야“
노원 복지샘 | 2022.06.24 | 추천 0 | 조회 5731
노원 복지샘 2022.06.24 0 5731
1833
[복지동향] 서울시, 임산부에 교통비 70만원 준다
노원 복지샘 | 2022.06.23 | 추천 0 | 조회 5416
노원 복지샘 2022.06.23 0 5416
1832
[복지동향] "판례 없어 감으로 심사"… 저금통 훔친 지적장애인 구금 10년
노원 복지샘 | 2022.06.23 | 추천 0 | 조회 6082
노원 복지샘 2022.06.23 0 6082
  • 노원구청
  • 노원교육복지재단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보건복지데이터포털
  • 보건복지부콜센터
  • 복지로
  • 생활복지
  • 서울시복지포털
  • 노원구의회
  • 노원구보건소
  • 노원구장애인일자리지원센터
  • 노원어르신일자리지원센터
  • 다문화 가족지원 포털 다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