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가족’을 허하라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1-05-21 10:58
조회
2333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바로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6032.html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두명의 여고 동창생이 있었다. 둘은 여고를 졸업한 후부터 함께 지냈다. 한 사람은 직장을 다녔고 또 한 사람은 집안 살림을 맡았다. 그렇게 40여년을 보내며 60대에 접어들었는데 한쪽이 병으로 쓰러졌다. 간병을 열심히 했지만 큰 수술에는 혈연 가족의 동의가 필요했다. 평소 왕래가 없던 먼 친척이 나타났고, 동시에 아픈 분의 아파트, 보험, 예금 등의 권리도 그 친척의 몫이 되었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계속 살려면 갑자기 나타난 친척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기막힌 처지가 된 것이다. 삶의 터전을 지키려 싸웠지만, 도리어 받게 된 법적 처분은 집에도, 병원에도 오지 말라는 접근 금지였다. 결국 40년을 함께한 이의 임종도 지켜볼 수 없는 슬픔 속에서 그분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런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50대의 레즈비언 커플 중 주택 명의를 가진 파트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돌아가신 분의 가족들이 집을 처분하려 했으나 오랜 시간 그 가족들과도 왕래를 하며 지냈던 친구들이 겨우 설득해서 남겨진 분이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레즈비언 커플의 경우엔, 부모님들에게 커밍아웃을 못 했으나 형제들은 모두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어서 그 형제들이 부모님을 설득해 남은 분에게 유산 상속이 이루어지도록 했다는 사연도 들은 적이 있다. 설득의 핵심은 ‘두 사람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보라, 가족과 다를 바 없음을 알지 않느냐, 그러니 내쫓으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감동적인 사연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칭송받을 미담으로 남길 바라지는 않는다. 자신의 권리가 주변 사람들의 선의에 의해서 지켜지길 기대하며 평생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전체 2,041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필독] 복지동향 & 칼럼 게시판 이용 안내
노원 복지샘 | 2019.12.17 | 추천 0 | 조회 29052
노원 복지샘 2019.12.17 0 29052
1100
[복지동향] 취약층 지원'서울형 긴급복지'연말까지
노원 복지샘 | 2021.07.06 | 추천 0 | 조회 1952
노원 복지샘 2021.07.06 0 1952
1099
[복지동향] “‘국회아이 동반법’ 상징성 주목해달라”
노원 복지샘 | 2021.07.06 | 추천 0 | 조회 1966
노원 복지샘 2021.07.06 0 1966
1098
[복지동향] 월소득 878만원 이하 4인가구, 카드로 지원금 받는다
노원 복지샘 | 2021.07.05 | 추천 0 | 조회 2072
노원 복지샘 2021.07.05 0 2072
1097
[복지동향] 재혼가정 등초본에 계부·계모→부·모로 변경 가능케
노원 복지샘 | 2021.07.05 | 추천 0 | 조회 1988
노원 복지샘 2021.07.05 0 1988
1096
[복지동향] 대소변 먹이고 물고문하고…양육이란 이름의 살인
노원 복지샘 | 2021.07.05 | 추천 0 | 조회 2050
노원 복지샘 2021.07.05 0 2050
1095
[복지동향] 수도권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도 금지
노원 복지샘 | 2021.07.05 | 추천 0 | 조회 1973
노원 복지샘 2021.07.05 0 1973
1094
[복지칼럼] 아이 배려·격려할 때 빼고는 사소한 거짓말도 하지 마세요
노원 복지샘 | 2021.07.02 | 추천 0 | 조회 1991
노원 복지샘 2021.07.02 0 1991
1093
[복지동향] "첫눈에 그냥 내 아이 같았죠"그렇게 엄마가 되다
노원 복지샘 | 2021.07.02 | 추천 0 | 조회 2091
노원 복지샘 2021.07.02 0 2091
1092
[복지동향] 노원 “어르신, 폭염특보땐 호캉스 하세요”
노원 복지샘 | 2021.07.02 | 추천 0 | 조회 2236
노원 복지샘 2021.07.02 0 2236
1091
[복지동향] 10월부터 ‘사회적 효’ 시대, 자식이 잘 살아도 생계비 지원
노원 복지샘 | 2021.07.02 | 추천 1 | 조회 2127
노원 복지샘 2021.07.02 1 2127
  • 노원구청
  • 노원교육복지재단
  • 룸셰어링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보건복지데이터포털
  • 보건복지부콜센터
  • 복지로
  • 생활복지
  • 서울시복지포털
  • 노원구의회
  • 노원구보건소
  • 노원구장애인일자리지원센터
  • 노원어르신일자리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