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매일경제

[원문바로가기] https://www.mk.co.kr/opinion/columnists/view/2021/05/463641/

영화 '인스턴트 패밀리'는 미국 입양 과정을 실감나게 그린 작품이다. 아이가 없던 피트·엘리 부부가 10대 소녀 제니와 두 동생을 엉겁결에 입양하면서 진정한 가정으로 거듭나는 것이 줄거리다. 그중 기억에 남는 대사는 입양기관 직원이 입양 예비부부들에게 "이 아이들은 여러분 의지를 시험하고 여러분도 몰랐던 분노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입양 가족으로서 겪게 될 고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충고다.

입양은 친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의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입양 아동들이 갖는 특수한 욕구나 상실감 등 심리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부단한 인내가 필요하다. 입양을 가로막는 '친모 출생신고' 등 정책 손질도 요구된다. 더 중요한 것은 입양을 대하는 기성세대의 태도다. 혈연을 중시하는 가족제도 탓에 아직도 입양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다. 생물학적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가족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국내 전체 입양아 중 45%(2019년)가 해외로 떠나 '아동 수출국' 오명에서 못 벗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