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교차로에 선 사회복지법인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0-02-04 09:44
조회
17356

 

 

 

 

 

양난주 ㅣ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을 나르는 신문 한구석에서 종교법인이 수탁 운영하는 구립장애인복지관에서 일어난 사건이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복지관이 후원행사를 열어 모은 후원금이 복지관 계좌가 아니라 법인으로 전출되었다는 것이다. 한 사회복지사의 공익제보로 알려졌고 지난 1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후원금 5천만원을 장애인복지관 후원금 계좌로 반환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재단은 억울하다는 태도를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그 돈이 복지관 운영에서 수탁자가 부담해야 하는 법인전입금으로 사용되었기에 절차상으로만 잘못이지 사적으로 쓴 건 아니라는 거다. 사회복지사 노동조합은 법인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고, 법인은 노동조합원인 조리사가 10년간 일해온 식당을 폐쇄하면서 복지관은 다시 갈등에 휩싸였다. 복지관 사회복지사 노동조합은 불법운영에 대해 진정한 사과도 없는 종교법인 대신 구청이 직접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 종교법인은 오랫동안 사회복지사업을 펼쳐왔다. 장애인복지와 빈민활동에 집중해왔고 현재 전국에 사회복지시설 400여곳을 직접 혹은 수탁 운영하고 있다. 평판이 나쁜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개인 채무를 법인 재산으로 처리하고, 법인 행사 비용을 시설운영비에 떠넘겨 처리하는 사회복지법인들도 있는 마당에, 시설 후원금을 법인전입금으로 전용한 사건을 부정비리로 보는 건 심하다고도 말한다. 법인이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수탁하기 위해 필요한 법인전입금을 사실은 시설운영으로 마련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그래서 억울하다는 이 종교법인의 태도 자체가 지난 수십년간의 헌신과 수고와는 별개로 사회복지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이 현재 지닌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유치원 교비로 개인이 명품백을 사고, 노래방에서 써야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장애인복지관이 개최한 행사에 들어온 후원금은 장애인복지관을 위해 써야 한다. 시설과 법인의 회계를 분리하라는 규정은 엄연히 강조되어왔다. 게다가 법인전입금은 장애인복지관 운영에 법인이 기여해야 할 몫이다. 후원금으로 대체하려 했다면 5천만원의 재정책임을 피한 셈이 된다. 현재 정부사업 위탁에서 요구되는 법인전입금의 부당성 논의는 이 문제와 별개다. 그 조항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수탁자로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비영리법인들이 자신이 설립한 법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유물로 사고하는 태도,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가 위탁한 사회복지시설을 법인과 구분 없이 운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아직도 민간위탁사업에서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에 의한 회계부정이 발생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지방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 평가가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이미 몇몇 지자체는 불법운영으로 적발된 사회복지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관리감독권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법인이 임명하는 시설장이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시설장에 대한 직원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은 설립자의 재산으로 설립자가 운영하는 조직만이 아니라 사회적 사명을 이유로 정부 허가를 받은 공익 조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그 공익은 법인의 사명 안에 박제된 것이 아니라 시설 이용자와 직원인 사회복지사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이 사회복지현장의 유일무이한 공급자이던 시절은 일찍이 끝났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사회복지시설의 72.5%를 개인 영리사업자가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에 힘입어 효율과 경쟁을 앞세운다. 행정기관이었던 읍·면·동사무소는 사회복지의 공공전달체계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사회서비스를 직접 공급할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여 공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협동조합, 마을공동체도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며 새로운 주체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환경은 사회복지법인이 제도화된 197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다. 관행을 핑계 삼은 불법은 과거의 희생을 운운해도 이제는 용서받기 어렵다.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의 고유성과 전문성은 오직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활동할 때 빛날 수 있다.

 

[출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267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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