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일보
[원문바로가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113150005886
‘타인의 공간’과 ‘심정’을 존중한다는 건 무엇일까. 물론 직접 경험이 있으면 좀 더 쉽다. 언젠가는 만원 지하철 안에서 초기 임산부로 보이는 임산부 배지를 단 여성이 얼굴이 하얗게 되어 있는 걸 보고 자리를 양보했다. 이 경험을 주변의 한 남성분에게 들려주니 “임산부 배지가 있어요?”라며 반문했다. 자가운전 남성들은 배지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꼭 직접적 경험이 있어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휠체어나 흰 지팡이나 임산부 배지가 없어도 보이지 않는 아픔이나 질병,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공공 공간은 나만의 세계가 아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자. 많은 경우 스마트폰에서 얼굴을 드는 게 첫 시작이다. 100%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할 수는 없다. 내가 아는 배려가 사실은 배려가 아닐 수 있다.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 싶으면 상대방에게 먼저 물어보자. 내가 무지할 수 있으며, 그러나 배울 수 있다는 것. 그것만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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