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등 기존 복지제도 수급을 받지 않는 만 19~64세 저소득층이 6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등 명목상으로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복지 대상자가 안 되거나, 불안정 노동을 하며 적은 임금을 받는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초점을 둔 복지에서 더 나아가 이 사각지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별도 복지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근로연령층 사회보장 현황과 복지-고용서비스 연계 방안>(김태완·이주미·김기태·정세정·오성욱·송치호)을 보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만 19~64세를 분석한 결과 중위소득 30% 이하 42.3%(21만명), 중위소득 30~40% 28.8%(19만명), 중위소득 40~50% 31.3%(29만명) 등 약 69만명이 어떤 소득보장 제도 지원도 받지 않았다. 기초생활보장, 공적연금, 근로장려세제, 실업급여, 긴급복지 등 수급 여부를 살펴본 결과다.
원래 중위소득 30~50%는 의료·교육급여, 중위소득 30% 이하는 생계급여 등 기초생활보장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만 19~64세는 질병 등 의료서비스나 교육비 수요가 당장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당사자와 당국의 판단이 엇갈리며 생계급여 수급자가 안 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중위소득은 전체 인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복지패널조사 자료로 사회보험 적용 여부도 분석했다. 전체 만 19~64세 중 고용보험 대상자가 아닌 비율은 46.1%, 중위소득 50% 미만으로 한정하면 76.7%로 높아졌다. 고용보험 대상자이지만 가입하지 않은 비율은 전체에선 20%였지만 중위소득 50% 미만에선 40%였다. 소득이 낮을수록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였을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근로연령층에게 지원이 가능하고, 영세자영업자·불안정근로자 등을 포괄하도록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한국의 높은 가계지출도 지적했다. 주거·의료·교육·교통·통신 등 ‘핵심생계비’ 지출 비율이 한국이 높은 편이란 분석 결과도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한국과 유럽 8개국의 가구 핵심생계비 지출 부담’(김기태·이주미)을 보면, 이 지출 비율은 한국이 47.2%로 스웨덴(42.6), 영국(39.8), 프랑스(36.7) 등 8개국보다 많았다.
그간 노인·장애인·아동 등이 복지제도에서 우선시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연령층은 대상에서 밀렸지만, 최근엔 이 사각지대까지 지원하는 기본소득, 음의 소득세, 최저소득보장제도 등 개혁적 해법이 논의되는 사회적 흐름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