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서민의 실존 위협, 국가는 알까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08-09 10:33
조회
1928




[출처] 경향신문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090300045

친구들에게 요즘 고민이 뭐냐 물어보면 대부분 주거와 관련한 답을 들었다. 늘 누군가는 이사를 준비하고, 독립을 예정하고 있거나, 이미 ‘방’을 얻은 상태라면 집주인과 자잘하게 싸우고 있다고 한다. 뜻밖의 대답도 있었다. “나는 기후위기가 고민이 돼.” 친구의 나이는 30대, 나와는 ‘제로웨이스트’보다 ‘투자’라는 단어를 더 많이 주고받은 사이다. 지금 당장의 경제적 고민이 아니라 환경문제라니. 조금 새삼스러웠다.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그에게 기후위기는 무엇이냐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머리에 떠오른 ‘새삼’이란 단어를 지워버렸다. 친구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갑자기 지구가 자연재해로 파괴된다거나, 어느 날 온난화로 인한 열사병으로 죽을 것 같아서 무섭다는 말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같은 크기의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저소득 취약계층에 더 큰 피해를 준다. 친구는 3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삶을 영위하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재만큼의 소득이 없을 수도 있고, 나아가 모아둔 자산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에너지 불평등 구조에서, 얼마나 갖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했다. 결국 우리 세대에게 기후위기는 경제적 불안과 직결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불안의 면면이 다양할 수 있나. 전·월세를 전전하며 다음 집을 고민해야 하는 동시에 치솟는 금리와 물가로 인한 ‘텅장’도 고민해야 한다. 열심히 벌어도 30년 뒤 마주할 파괴된 생태계에서 내 자산은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 노동의 가치는 무엇인가. 결혼이 선택인 시대, 같이 사는 친구나 파트너가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 이런 고민을 나눌 법적 반려조차 없을 수도 있다. 혈혈단신으로 안정이란 단어를 쟁취하기엔 삶이 너무 길다.

이처럼 다면적인 삶의 불안에 정부는 시장 만능과 각자도생을 대책으로 내놓는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적인 탄소중립 정책 이행을 약속했다. 말만 들으면 기후변화 스케줄에 맞춰 치밀하게 계산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인 듯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술과 산업에 이 나라 기후의 미래를 맡겨버린 무책임한 단어 일색이다. 기업과 시민을 설득해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없다. 그나마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인 국민연금 제도에서마저도 발을 뺐다. 청년세대는 국민연금을 ‘못 받는 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반박하며 공적연금 강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기는커녕 사적연금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연금개혁의 방안으로 내놓았다. 불안한 시민에게 국가가 손을 내밀지는 못할망정 시민을 시장으로 내쫓고 있는 꼴이다.

국가는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가. 한국개발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30%는 국가가 우선 수행해야 할 정책으로 ‘복지 확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꼽았다. 한편 정부의 우선순위는 복지 확대가 아닌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이다. 시민의 복지 수요를 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단어다. 재벌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가 어떻게 재정건전성과 연결될 수 있는지,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지출 없이 어떻게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기후위기와 양극화. 세대를 넘어 시대가 마주한, 이 실존하는 위협을 감각하고는 있는가. 정부의 답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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