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사각지대가 아니다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09-19 10:41
조회
1944

[출처] 서울복지교육센터

[원문보기] https://wish.welfare.seoul.kr/swflmsfront/board/boardr.do?bno=96505&refcode=bmno.10001.opno.10002&

사각지대가 아니다

 

 

 

 

 

복지밖복지 By 노수현

 

 

 

복지 정책과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용어로 ‘사각지대’가 있다. 이제는 관용어처럼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단어의 의미를 진지하게 다시 짚어봐야 한다. 왜냐면 사각지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각지대는 운전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일부 지역처럼 제대로 갖춘 상태에서 부분적으로 미흡하거나 영향이 미치지 못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그런 뜻에서 지금 한국 사회의 복지 문제에 적합한 단어는 사각지대가 아니다. 물론 아무리 제도가 잘 갖춰졌어도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런 경우라면 제도가 미치지 못한 문제를 찾아서 일부 개선을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제도의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개선이 아니라 전면적 보완이 필요하다. 전달체계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 복지 재원의 부족에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실 깊이 탐구할 필요도 없다. OECD 기준 복지 지출만 비교해도 분명한 답이 나온다.

용어 선정부터 신중하면 좋겠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겠다. 작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3.4%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압도적인 1위다. 참고로 OECD 평균은 15.3%다. 이 간단한 수치 하나만 보아도 '사각지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아니 현실을 심하게 왜곡하는 말이다. '사각지대'가 아니라 '위험지대'이고 '공공방임'이다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다시금 사각지대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과연 사각지대가 문제인지 되물어야 한다. 정부의 대응책처럼 복지 정보체계를 보다 촘촘히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생각처럼 핫라인을 개설하고 시민들의 생각을 모으면 혁신적 해결 방법이 나올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정부와 경기도의 대책은 기본 안전망이 갖추어졌다는 전제에서만 유효한 답이다. 그래서 갈 길은 멀지만 먼저 용어부터 바꿀 것을 제안한다.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현실을 왜곡하지 않기 위함이다. 사각지대가 아니라 공공방임이다. 뉴스에서도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부르지 말고 ‘수원 공공방임’ 사건으로 불러야 한다. 문제를 가족과 개인으로 축소하지 말아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사각지대 뒤로 숨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사각지대가 아니라 공공방임이다.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을 묵도해야만 하는가?

물론 복지 전달체계가 보다 촘촘해져야 하고, 이웃관계망도 작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전제는 공공의 복지재원이 절대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거창한 복지국가 담론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북유럽 복지제도를 목표로 삼자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한국의 경제와 사회 수준에 맞는 사회안전망은 갖추자는 말이다. 사실 이나마도 김대중 정부의 공이다. 기초생활보장과 4대보험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없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윤석렬 정부의 기조는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자연증가분을 빼면 사실상 감액이다. 그러면서 복지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정책목표는 마음껏 먹으면서 살을 빼자는 말처럼 말이 되지 않는 말이다. 일선 공무원을 압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민간의 헌신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첫 단추부터 다시 끼우자. 그리고 우리부터라도 이제 '사각지대'라는 표현을 금하자. 생각이 말로 나오지만, 반대로 언어가 생각을 지배하는 법이다.

한겨레신문(2022.8.31)에 기고한 글(사각지대가 아니라 공공방임이다)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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