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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기준중위소득의 반복적 과소 인상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선정의 왜곡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6-01-11 18:41
조회
103


출처 : 복지동향

원문보기 :https://www.peoplepower21.org/welfarenow/2008205?cat=291&paged=0

 

기준중위소득의 반복적 과소 인상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선정의 왜곡

정창률ㅣ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우리가 한번 키를 잰다고 생각해보자. 허리를 펴고 꼿꼿이 서서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직선거리를 측정하되, 그 거리에 대해서는 ‘공인된’ 거리 규격 – 예를 들어 센티미터 –을 사용해야 키를 정확히 잴 수 있다. 만일 본인이 아는 키와 다르게 측정 수치가 나온다면, 다시 한번 허리를 펴고 꼿꼿이 서서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다시 측정해 볼 것이다. 우리가 측정 수치가 다소 기존과 다르게 나온다고 해서, 줄자의 역할을 하는 ‘공인된’ 거리 규격이 오류가 있을 거로 생각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줄자가 제멋대로 기준을 바꾼다면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고, 그 줄자로 키를 측정하는 것은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장황하게 키 측정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대상을 정하는 데 있어서 줄자의 역할을 하는 기준중위소득이 법에서 규정되어 있는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고 편법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편법적인 결정은 거의 언제나 산정원칙에 비해서 낮은 인상률을 적용하는, 다시 말해서 과소 인상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과소 인상이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이루어지게 되면, 아무리 측정 자체를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과학적으로 대상이 정해진다고 볼 수 없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약자복지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생계급여 수급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30%에서 32%로 올렸지만, 기준중위소득 자체가 낮게 설정되었다면, 생계급여 인상의 의미는 퇴색된다. 왜냐하면, 30%에서 32%로의 인상분이 사실은 기준중위소득의 과소 인상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이 글은 기준중위소득 결정이 지속적으로 과소 인상됐음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기준중위소득은 일종의 줄자 역할을 한다. 믿을 수 없는 줄자를 사용하면 그때부터는 어떤 실측도 무의미하게 되는데, 기준중위소득이라는 줄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뿐 아니라 80개에 달하는 중앙정부의 각종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급여의 대상이나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기준중위소득 결정이 반복적으로 과소 인상되어 왔다면,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복지제도가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자 선정 기준부터 상당히 왜곡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빈곤선 측정의 ‘줄자’ : 절대빈곤 vs. 상대빈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급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누가’ 저소득층인지를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제도는 각 제도의 목적에 맞는 빈곤선을 설정하기 나름인데, 예를 들어 한부모가족 지원제도의 경우 기준중위소득의 63%, 긴급복지지원제도의 경우 기준중위소득의 75% 이하여야 한다. 이렇게 빈곤선은 제도에 따라 각기 다르게 규정될 수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준중위소득이라는 상대빈곤 개념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빈곤 개념을 빈곤선 측정에서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최초의 빈곤조사라고 할 수 있는 찰스 부스와 시봄 라운트리의 빈곤조사는 소위 절대빈곤에 기초해서 빈곤층들에게 필요한 필수품목을 정해서 이를 기초로 지출 수준을 파악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세부적으로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2014년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제도에서 최저생계비라고 하는 필수 지출 수준을 기준으로 빈곤선을 산정해 왔다. 부조제도가 기본적으로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는 제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출에 기초한 최저생계비 방식은 타당성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최저생계비 방식 하에서는 필수품목을 정하는 것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이견이 있기 마련이며, 기본적으로 최저생계비의 증가율은 국가 차원의 경제성장률보다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저생계비 방식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 빈곤선과 중산층의 생활수준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1999년 최저생계비가 중위소득 대비 43.3%였으나, 2014년이 되면 35.4%로 낮아지게 된다.



2014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통해서 통합급여를 개별급여로 전환하여 욕구에 따른 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또한 동시에 기존 절대빈곤에 기초하여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에서, 상대빈곤에 기초하여 기준중위소득을 기반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절대빈곤에서 상대빈곤으로의 전환이기도 하지만, 지출 기반으로 대상을 선정하는 것에서 소득 기반으로 대상을 선정하도록 바뀐 것도 큰 철학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관련 전문가들에 의하면 상대빈곤으로의 전환 논의는 당시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추정컨대, 앞서 언급했듯이 최저생계비 아래 지속적으로 빈곤선이 중산층의 생활 수준 향상과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빈곤 개념의 도입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한, 대부분의 빈곤 관련 국제 지표가 중위소득 대비 50% 내지 60%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왜 지출 기준이 아니라 소득 기준으로 빈곤선을 결정해야 하는지 등 세부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

빈곤선을 정하는 데 있어서 절대빈곤 개념과 상대빈곤 개념 가운데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빈곤을 결핍으로 본다면 절대빈곤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일리가 있고, 빈곤을 불평등의 문제로 본다면 중산층 소득으로부터의 일정 거리를 빈곤선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상대빈곤 관점 역시 일정 수준 설득력이 있다.1 분명한 것은, 2014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이후 우리나라는 공신력 있는 통계에 기초해서 산정되는 중위소득에 기초해서, 각종 빈곤정책의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을 가치중립적으로 결정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약속은 번번히 지켜지지 않았다.

 

기준중위소득 개념과 문제점 

중위소득은 가장 공신력 있는 소득통계인 가계금융복지조사(이하 ‘가금복’)에 기초한 우리나라 가구소득의 중간값에 해당하는 소득이며, 그 수치를 실제 복지정책에 적용하는 것을 기준중위소득이라 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중위소득을 기준중위소득으로 적용하면 신뢰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위소득을 기준중위소득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통계상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6년 기준중위소득 발표는 2025년 여름까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시점에서 가장 최신의 중위소득 자료는 2023년 자료이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2023년 혹은 그 이전 자료로부터 2026년 기준중위소득을 추정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복지동향 기획1_기준중위소득의 반복적 과소 인상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선정의 왜곡
 

<표 1>은 가금복 중위소득과 기준중위소득을 비교한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가금복 중위소득과 기준중위소득이 같거나 유사한 궤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표 1>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그 차이는 상당하며 또 그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기준중위소득이 어떻게 과소 인상되어 왔는지를 다루도록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데이터의 시차 때문에 2026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할 때 최신 가금복 자료는 2023년인데, 현재 기준중위소득 결정 방식은 익년 기준중위소득 결정에 있어서 당해 기준중위소득에 최신 가금복 중위소득 3년 치 인상률의 평균을 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026년 기준중위소득은 2025년 기준중위소득에 2021년, 2022년, 2023년 가금복 중위소득 인상률의 평균을 적용하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6조의2에 기초하여 2020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도록 한 것이 ‘기본증가율’에 해당한다.



2020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는 이외에도 기준중위소득 관련해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통계원을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금복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통계원의 신뢰성을 고려하면 적절한 조치로 평가받는데, 그 과정에서 당시 가금복 중위소득과 기준중위소득 간의 격차가 12.49%에 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추가증가율’을 한시적으로 도입하여 그 격차를 벌충하도록 하였다. 

복지동향 기획1_기준중위소득의 반복적 과소 인상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선정의 왜곡
 

<표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지난 6년 동안 이루어진 기준중위소득 산정은 가금복의 실제 수치를 과소 적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추가증가율은 원래 계획대로 원칙대로 적용되었지만, 기본증가율은 2023년 기준중위소득 결정 때를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축소되어 적용되었다. 이러한 기본증가율의 과소 인상은 그해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이 누적적으로 나타난다. 어느 한 해에 기본증가율을 과소 적용하여 기준중위소득이 낮아지면, 그 낮아진 기준중위소득이 다음 해 기준중위소득 결정에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지속해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영향이 누적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표 3>을 보면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중위소득 4,749,174원에서부터 시작하여, ① 실제 (과소적용된 기본증가율과 추가증가율에 의한) 공식적인 기준중위소득 결정액, ② 추가증가율은 제외하고 기본증가율만 원칙적으로 적용했을 때의 (추정) 기준중위소득, ③ 기본증가율과 추가증가율을 모두 원칙대로 했을 때의 (추정) 기준중위소득을 비교한 것이다. 놀랍게도 지난 6년 간 가금복 자료와 원칙에 맞는 산정 방식을 따랐다면 기준중위소득은 2026년 7,606,153원이었을 텐데, 지속적인 기본증가율 과소적용으로 인해서 공식 기준중위소득은 6,494,738원에 머물렀다. 지난 6년 간 격차는 110만 원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며, 과거 중위소득과 기준중위소득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도입된 추가증가율을 도입하지 않고 기본증가율만 원칙대로 적용했으면 약 650만 원으로 실제 기준중위소득 결정액과 거의 똑같게 나타나, 결과적으로는 한시적으로 추가증가율이라는 제도를 도입한 효과를 거의 완벽히 상쇄하게 된다.

복지동향 기획1_기준중위소득의 반복적 과소 인상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선정의 왜곡
 

관련 쟁점 검토

(1) 법 6조의2 적용 문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2 1항에서는 분명히 ‘통계청이 공표하는 통계자료의 가구경상소득의 중간값’으로 가구규모별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가금복에서의 중위소득을 예외 없이 적용해서 기준중위소득을 산정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어느 한 해에 과소 인상했더라도 익년에는 전년의 과소 인상까지 고려해서 추가 인상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은 채 누적적 과소 인상을 수수방관해 왔다. 또한, 2항의 ‘가구규모별 소득수준 반영 방법 등 기준 중위소득의 산정에 필요한 사항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정한다’는 규정을 과잉해석해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가금복 수치를 임의로 수정한 것은 정상적인 법 적용이라 볼 수 없다.

(2) 통계원 문제 및 현실과의 괴리 문제
기준중위소득 결정과 관련된 기재부의 논리는 가금복 중위소득 인상률이 현실과 괴리가 커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가금복 자료에 대한 신뢰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금복을 대체할 통계원은 없다는 점에서 가금복 수치의 공신력을 논의할 필요는 없다.2 

복지동향 기획1_기준중위소득의 반복적 과소 인상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선정의 왜곡

<표 4>를 보면, 가금복 중위소득의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거시경제지표와 비교해도 가금복 중위소득 인상률이 유난히 높은 측면이 나타난다. 만일 가금복 중위소득 인상률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가금복 중위소득 적용의 한계를 토론하고 대체 입법을 통해서 수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 없이 관련 법 규정을 무시하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서 인위적으로 기본증가율을 낮추는 비정상적 조치를 반복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결론

기준중위소득의 반복적인 과소 인상으로, 마땅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격을 획득해야 했을 사람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급권을 획득하지 못했을까? 기준중위소득 수준 자체가 급여액과 직결되는 생계급여를 고려하면, 생계급여 수급자들은 얼마나 받아야 할 급여액보다 적은 급여액을 받아왔는가? 이는 비단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적게는 80여 개의 중앙정부의 저소득층 복지제도와, 크게는 지자체의 수백 개의 복지제도에서 기준중위소득 과소 인상은 수급자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었음이 명백하다.


6년 동안 기준중위소득을 110만 원이나 과소 인상하면서, 정부는 수조 원 재정을 절감해서 기쁠지 모르겠다. 그렇게 저소득층 국민에게 눈에 보이지 않게 수급권을 제한하고 급여를 줄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사상 최대’ 기준중위소득 인상 등 자화자찬을 반복해 왔는데, 이는 마땅히 반영했어야 하는 추가증가율로 인한 것일 뿐, 핵심이 되는 기본증가율은 반복적으로 과소 반영해 왔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



이재명 정부는 다소 다르기를 기대하지만, 지난 국정과제 발표에서 윤석열 정부의 ‘2027년까지 생계급여를 기준중위소득의 35%로 높이겠다’는 방침에서 후퇴하여 2030년까지 35%로 높이겠다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빈곤정책에 대한 무심함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에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중위소득 산정에서부터 원칙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길 바란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해서는 이 기준중위소득 문제 이외에도 여러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기준중위소득이 줄자에 해당한다면, 측정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평가와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연 50%에 이르는 재산에 대한 소득환산율과 같은 문제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문제이며, 그 외에도 2020년에 이루어진 가구균등화지수의 변경에 대한 재평가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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