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으로 보는 복지 정보
출처 : 복지동향
원문보기 : https://www.peoplepower21.org/welfarenow/2014963?cat=291&paged=0
송아영ㅣ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이슬 로(露), 잘 숙(宿)
노숙은 ‘이슬을 맞으며 잠을 잔다.’라는 뜻이다. 노숙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길(路)에서 자는 상황을 떠올리기 쉽지만, 노숙을 지칭하는 한자를 보면 ‘이슬 로(露)’자가 쓰임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슬 로(露)’의 다른 뜻에는 ‘드러내다, 나타내다’란 뜻도 있는데 이를 해석해 보면, 드러난 채 잠을 자는 상황을 지칭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러났다는 것은 가려지지 못함을 의미하며, 잠을 청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려지지 못했음은 물리적인 보호 상태가 부재한, 즉 ‘주거’, ‘집’의 부재로 인한 상실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노숙은 그야말로 주거지 상실 이후에 가려지지 못하고 드러난 채 이슬을 맞으며 잠을 자야 하는, 가장 극단적인 삶의 형태를 반영한 용어로서의 정체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 노숙을 지칭하는 용어인 홈리스(homeless)를 보면 그 의미는 더욱 뚜렷해진다. 그야말로 주거(home)가 없는(less)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로, 보다 직관적인 개념 이해가 가능하다. 홈리스는 주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주거가 가진 의미는 꽤나 다양하게 해석된다. 단순 물리적으로 사방에 벽이 있고 천장이 있는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지 못한 주거지 형태에 거주하는 경우도 홈리스로 포함한다. 또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거지에서 퇴거를 당할 위험이 있거나 현저하게 점유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홈리스에 포함한다. 당장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이 있다 하더라도 홈리스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국제적인 기준이다.1
눈에 보이는 ‘노숙(露宿)’ 행위를 지우는 데에만 급급했던 한국의 정책
노숙의 문제는(그것이 홈리스의 문제로 지칭된다고 하더라도) 주거의 부재와 상실, 부적절성의 문제이며, 따라서 그 해답도 적절하고 안정적인 주거에서 찾는 것이 마땅하다. 사회정책은 그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변화시켜 해결하는 것이 기본 접근이다. 그렇다면 노숙 상태의 주된 원인인 주거 상실, 주거 부재는 주거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당연하나,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의 노숙인 정책에서 ‘주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흥미롭게도 한국 사회에서 노숙인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의 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전에도 분명히 거주지를 잃거나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노숙인이 아닌 부랑인의 범주에서 취급하였으며, 처벌과 격리의 대상으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갱생의 의지가 부족한 개인이 열심히 살려고 하지 않고 구걸하며 떠돌아다니며 사회질서를 위협한다고 보았던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개인이 경험하는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극히 개인적 수준에서 그 원인을 찾고 비난의 대상화를 통해 통제하고자 하였다. 한국의 복지국가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시점이 외환위기 전후임을 고려하였을 때 이러한 시각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상황은 외환위기 이후 급변하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대량 정리해고와 기업 파산이 잇따르면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한국의 사회보장은 그야말로 구멍이 숭숭 뚫린 그물과도 같았으며 어떠한 보호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였다. 지극히 잔여적이고 시혜적으로 이루어지던 공공부조나, 이제 막 위험도가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도 제대로 된 보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였다. 모든 것은 개인의 몫으로 이해하며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기존의 부랑인과는 매우 달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열심히 회사에서 일을 하던 임금노동자였다. 평생직장을 꿈꾸며 열심히 살던 사람들이었지 게으르고 의존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을 부랑인으로 지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결국 1998년 4월에 보건복지부는 공식적으로 노숙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정부는 급하게 쏟아지는 노숙인을 줄이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했다. 하지만 노숙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그 근본적인 원인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경험도 적었던 정부의 대책은 응급 대응 수준에서 시작되었다. 일단 길에서 잠을 자는 상황 자체를 줄이기 위해 대형 시설을 마련하여 거리 노숙인을 시설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바로 시설 수용 중심의 노숙인 정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노숙인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노숙인 지원정책에 예산을 편성하여 국가 정책의 한 부분으로 포함하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이라는 것이 ‘수용’ 외에는 이렇다 할 내용이 없던 것이 문제였다. 급식비 지원과 쉼터 확보를 통해 먹는 것과 거리에서 자는 것은 해결하려 하였으나, 적절성에 대한 고민은 적었으며 탈노숙을 돕는 지원서비스는 너무 부족했다. 여전히 경제가 좀 나아지면 저절로 노숙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고, 이는 임시적인 현상이니 일단 대형시설에서 거주하며 거리에서 잠을 자는 것을 막으면 일은 잘 해결되리라 믿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정책의 대상은 ‘노숙인’으로 바뀌었으나, 해법은 여전히 ‘부랑인’ 시절의 ‘격리와 수용’ 방식을 답습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거리노숙인은 감소하였고 가능한 많은 인원을 쉼터에 몰아넣으며 쉼터는 점점 비대해지기 시작하였다.2 거리노숙인이 감소하였으니 노숙인은 감소한 것으로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시기였다.
노숙인 정책의 변화, 그러나 여전한 시설보호 중심 체계
수용 위주의 노숙인 정책에 대한 비판과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탈노숙을 지원하는 제도의 도입이 시도되었다. 탈노숙을 위한 기본적 요건 중 하나로 근로 및 경제적 독립이 중요함을 고려하여 시설을 중심으로 자활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소일거리 형태의 자활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하였으나, 실질적 자립을 돕는 근로 및 경제활동 지원 프로그램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노숙이 장기화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하는 의도는 일부 확인되나, 정책의 효과를 살피기에 그 내용이나 범위가 포괄적이거나 다양하지 못하여 체계적인 개입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존재한다.
이와 동시에 노숙의 문제를 주거의 문제로 이해하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노숙인 대상 매입임대주택 사업이나 고시원 등에서 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월세를 지원하는 임시주거지원사업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주거는 여전히 노숙인 정책의 주변부에 남아 있을 뿐, 적극적으로 주거를 공급하여 노숙의 상태를 종결하고 자립과 회복을 돕는 정책적 방향은 명확하게 읽히지 않는다. 한국의 노숙인 정책은 여전히 시설보호를 우선으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노숙인 관련 서비스는 시설을 중심으로 계획되어 있다. 이에 대해 남기철은 한국의 노숙인 정책은 노숙의 문제를 주거취약의 연속선상에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노숙’이란 특수한 인구학적 취약성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3 서비스와 정책이 시설을 중심으로 전달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은 시설을 중심으로 거주할 수밖에 없는 회전문현상(revolving phenomenon)을 심화시킨다.
노숙은 엄연히 주거 부재의 문제이자 이를 해결해야 근본적 변화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노숙인 정책은 그 핵심 요소인 주거가 빠진 채로 발달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노숙인 시설을 유형화하고 세분화하여 보호의 체계성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노숙인 정책은 변화해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노숙인 ‘주거정책 = 시설정책’으로 혼동하여 사업체계가 구성되는 등 누워서 잘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있으면 주거가 해결된 것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잡게 되었다. 실제로 1차 노숙인 종합계획을 살펴보면 주거서비스 영역이 시설운영 및 시설중심 보호체계로 혼동되어 제시되는 등 주거와 시설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1차 노숙인 종합계획 내 노숙인 주거지원사업의 강화 부분에는 거리 노숙 방지를 위한 노숙인복지시설 보호 강화가 세부 과제로 제시되어 있으며, 자립의지, 보호의 필요성을 감안한 주거지원사업 물량확대의 내용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 내용이 전국 60개소 확보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적극적 주거중심의 지원체계를 구축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이러한 흐름은 여전히 유지되어 2025년 노숙인 등의 복지사업안내 책자4(노숙인 등의 복지사업 매뉴얼)를 살펴보면 노숙인 등의 복지사업 기본 방향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노숙인 등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여 자립 및 사회복귀를 증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숙인시설(이하 ‘시설’이라 함)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과 국고보조사업 수행에 따른 보조금의 교부신청 및 실적보고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함으로써 노숙인 등의 보호에 적정을 기하고 효율적인 시설운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보건복지부, 2025, p. 3).”
여전히 시설운영 및 설치, 지원에 관한 내용이 노숙인복지사업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동일 책자에서 주거 부분은 단 두 페이지도 미치지 못하는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국의 노숙인 정책이 여전히 시설 중심을 명확하게 지향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된 집
주거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본적 인권으로 조건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헌법 제34조와 35조에서도 다음과 같이 주거권 보장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헌법 제35조 ①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34조 ①항)”
그러나 엄연한 국민의 한 사람인 노숙인에게 주거권은 천부적 인권으로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노숙인이 주거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전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하며 이에 따라 천부적 인권인 주거권이 조건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들을 보통 ‘주거준비’라는 용어로 설명하게 되는데 얼마나 주거를 위해 준비가 되었느냐를 평가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노숙인에 대한 팽배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들은 노숙인들은 자립이 불가능하고 결함이 존재하며 게으르고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낙인으로 이어지며, 주거라는 중요한 자원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충분히 준비가 되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사전 조건이 강력하게 요구된다. 우리는 범죄자에게 주거에 거주할 권리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노숙인에게는 끊임없이 주거에 거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묻고 의심한다.
주거는 ‘자립의 전제’이지 ‘자립의 보상’이 아니다.
주거우선정책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전에 이를 먼저 명확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노숙인에게 주거는 언제나 자립의 보상으로 주어졌다.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자립을 ‘성실하게’ 준비한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보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한 개인이 자립을 이루기 위해 안정적 주거의 필요성이 얼마나 강력한지. 시설은 주거가 아님에도 그곳에서 거주를 강요받고 조금 심한 말로 순종적으로 생활한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주거자원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는 소위 ‘계단형 접근(Staircase Approach)’ 혹은 ‘선형적 접근(Linear Approach)’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홈리스 서비스 체계와 궤를 같이한다. 이 모델에서 노숙인은 거리에서 응급 쉼터로, 쉼터에서 다시 단기 보호시설이나 중간 주거(Transitional Housing)로 이동하며, 각 단계마다 부과되는 까다로운 조건—단주, 약물 치료, 규칙 준수, 저축 등—을 충족해야만 비로소 영구적인 주거(Permanent Housing)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주거권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치명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주거 준비(Housing Readiness)’라는 미명 하에 끊임없이 자격을 증명해야 하며, 한 단계라도 삐끗하면 다시 거리로 내몰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도딕(Dordick)5이 비판했듯, 이는 과거 빈민법 시대에 빈곤한 자들에게 도덕적 검증을 요구했던 ‘가치 있는 빈민(Worthy poor)’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빈곤을 이유로 다른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고 수많은 조건을 제시하며 서슴없이 낙인을 부과한다. 안정된 공간 없이 술을 끊고 정신 건강을 회복하라는 요구는, 물 없이 수영을 배우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가혹한 주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이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하고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사람들은 영영 ‘준비되지 않은 자’로 낙인찍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주거는 인권이자 치료의 시작, Housing First.
‘하우징퍼스트(Housing First)’ 모델은 바로 이러한 선형적 접근을 전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모델의 핵심 정신은 매우 간단하다. ‘주거는 자립의 전제 조건이지, 자립의 결과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모델은 복잡한 입주 조건을 없애고(No-barrier), 거리의 노숙인에게 즉각적으로 독립된 영구 주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주거확보 이후 자립을 도모하는 선형적 접근과 정반대의 방향을 지향하는 모델이다.
미국 연방노숙인지원평의회(USICH)와 셈베리스(Tsemberis)6 등이 강조하듯, 하우징퍼스트의 첫 번째 조건은 대상자의 금주 여부나 범죄 이력, 치료 순응도와 같은 진입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대신 주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의료, 심리 상담, 중독 치료 등 필요한 서비스를 ‘입주자의 선택’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집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치료를 거부해서 쫓겨날 걱정이 사라지므로, 역설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자발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하우징퍼스트 모델의 효과성은 증명된 바 있다.
숫자가 증명하는 성공: 핀란드의 사례
하우징퍼스트의 중요성은 실증적 연구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정책적 효과성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이미 OECD의 많은 국가들(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일본, 뉴질랜드, 미국 등)에서는 하우징퍼스트를 홈리스 문제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국가는 바로 핀란드이다. 핀란드는 2008년부터 국가 전략으로 하우징퍼스트를 강력하게 도입하여, 유럽에서 유일하게 노숙인 수가 감소하고 있는 국가이다. 1987년 1만 8천 명에 달했던 핀란드의 노숙인 수는 하우징퍼스트 도입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2021년에는 4천 명 이하로 떨어지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거 유지율(Retention Rate)인데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사례를 보면, 만성적인 노숙인에게 조건 없이 주거를 제공했을 때 90% 이상이 집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있음이 확인되어, 준비되어야 주거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근거 없음을 보여주었다. 안정된 주소와 수면 공간이 확보되자 구직 활동과 직업 훈련 참여가 늘어났고, 신체적·정신적 건강 관리도 훨씬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관찰되었고, 이는 주거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모든 권리의 출발점임을 증명한다.
한국 노숙인 정책의 과제: 시설을 넘어 주거로
이제 한국의 노숙인 정책도 변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우리의 정책 매뉴얼과 종합계획은 시설 운영과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어 주거우선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2025년 복지사업 안내에서도 주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의 시설 거주 이력이나 시설장의 추천 등 ‘자격’을 요구하며, 이는 노숙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신속한 지역사회 복귀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노숙인은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거주할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 노숙의 상태가 권리를 침해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예산을, 지역사회의 공공 임대주택을 확보하고 정착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하며, 시설을 소규모화하고 개인공간의 확보 등을 중심으로 시설의 기능과 형태도 과감히 변화해야 한다. 노숙을 특수한 인구 집단의 문제로 격리하여 볼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주거 취약계층 정책의 틀 안에서 접근해야 한다. ‘운전을 배우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요하듯, 자립을 위해서는 주거가 필요하다’라는 명제를 정책의 제1원칙으로 삼을 때, 비로소 ‘노숙 없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미주 |
월간<복지동향>2026년 2월호(제3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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