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빈자의 죽음 행렬은 누가 멈추는가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08-30 18:10
조회
1965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6647.html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시민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시민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국에서] 정은주 | 콘텐츠총괄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신청해보라고 많이들 얘기했어요.”
 

암 선고를 받고 투병하던 어머니(69)와 지병을 앓던 45살, 42살 두 딸이 세상을 떠난 뒤, 그들을 추모하는 장례식에 온 동네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남편이자 아버지(2020년 사망)가 부도를 낸 2000년 초반부터 ‘수원 세 모녀’는 과거 살았던 화성시 기배동(옛 배양리) 오아무개씨 집에 주소를 두고 수원시에서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집안 생계를 책임지다 2020년 4월 루게릭병으로 사망한 큰아들(당시 46살)의 친구인 오씨는 친구를 만날 때마다 집으로 온 체납고지서 등을 건네곤 했답니다. “빚쟁이들이 쫓아올까 봐 그런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사촌이 정부 (복지) 혜택을 받으라는 조건으로 집도 얻어줬는데 어머니가 (기초생활보장급여 신청을) 거부했다”고 들었답니다. 아들이 숨진 뒤 세 모녀의 경제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2021년 2월부터 18개월 동안 건강보험료(33만9830원)를 체납했습니다.

 

소득이 없는 세 모녀는 왜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신청하지 않았을까요? 생계급여 기준인 중위소득 30% 이하(1인 가구 58만3444원) 가운데 수급자는 123만명, 비수급자는 34만명입니다.(2018년 국민생활실태조사) 비수급자들에게 왜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신청하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선정되지 않을 것 같아서” “제도를 몰라서” “신청과정이 번거로워서” 등 제도적 사각지대(56.6%) 때문인 경우가 많았지만, “필요 없어서” “스스로 해결하려고” 등 수급 비희망(32.7%)도 꽤 있었습니다.








비수급 빈곤층 상당수는 수급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존재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겨레>가 지난 25~2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신청자 4명은 자신들이 경험한 차별과 혐오를 이야기했습니다. 2019년 빈곤사회연대와 한국도시연구소가 ‘공공부조의 신청 및 이용과정에서 나타나는 ‘빈곤의 형벌화’ 조치 연구’ 보고서에 언급된 수급자 7명도 비슷한 내용을 털어놨습니다.

 

“2017년인데 (주민센터에) 들어가자마자 (담당 공무원이) ‘안 되는데 왜 왔느냐. 신청하지 마라’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내 입장에서는 (주민센터에) 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 극한적인 상황에서. 눈물 나게 모욕적이죠.”

 

“누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고 주변 지인에게 말하겠어요? 그런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얼마나 더 무시하고 속으로 그러겠어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동사무소에 다섯시 반 넘어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혼자 조용히 찾아가서 ‘(서류) 떼주세요’ 이렇게 얘기해요. 떼러 갔다가 (아이랑) 같은 학교 학부모가 있어서 돌아온 적도 있어요.”

 

낙인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8월29일치 <한겨레> 기획기사 ‘기초수급 높은 문턱 뒤 ‘가난 증명시험’ 있었다’의 댓글을 살펴봤습니다. “부정수급은 어떻게 막나요?” “안 받아도 될 가정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너무 많음.” “엄격한 심사는 유지해야 함.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누가 들으면 남이 저렇게 만든 줄.” “부끄러운 줄 아세요.”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입니다.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1인 가구, 한부모 가구, 소년소녀가장 가구가 85.4%에 이르고, 장애인이 있는 가구도 41.4%나 됩니다. 이들의 평균 총소득은 100만6천원으로, 비수급 빈곤가구(기준중위소득 30% 이하 67만8천원)에 비해 많습니다. 기초생활보장급여가 공공부조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또한 공공부조에서 부정수급이 만연해 있다는 인식도 근거가 희박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부정수급통합콜센터를 만들고 출범 100일간 100억원의 부정수급을 잡았다고 홍보했지만, 이 가운데 97억8천만원은 사무장병원 등 기관 비리였습니다.



‘수원 세 모녀’ 죽음 뒤 정부는 빈곤층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데 힘쓰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수급자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 시각이 달라지지 않는 한 가난을 알리고 도움을 받는 것이 죽음보다 두려운 누군가는 여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발굴’되더라도 기초생활보장급여 신청을 거부할 것입니다. 그런 이들의 죽음 행렬을 멈출 수 있는 이는 어쩌면 우리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ejung@hani.co.kr

















전체 2,55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필독] 복지동향 & 칼럼 게시판 이용 안내
노원 복지샘 | 2019.12.17 | 추천 2 | 조회 63177
노원 복지샘 2019.12.17 2 63177
2558
[복지동향] 노원구, 정신장애인 재활 훈련 프로그램 운영
노원 복지샘 | 2024.05.03 | 추천 0 | 조회 19
노원 복지샘 2024.05.03 0 19
2557
[복지동향] MZ·노년층에 ‘끼인 세대’ 끌어안기… 4050 일자리 챙기는 지자체들
노원 복지샘 | 2024.05.01 | 추천 0 | 조회 42
노원 복지샘 2024.05.01 0 42
2556
[복지동향] ‘돌봄 쓰나미’ 대비 통합돌봄 구축 시급
노원 복지샘 | 2024.05.01 | 추천 0 | 조회 33
노원 복지샘 2024.05.01 0 33
2555
[복지동향] 노원구, 1인 가구 위한 건강한 한 끼 프로젝트 운영
노원 복지샘 | 2024.05.01 | 추천 0 | 조회 36
노원 복지샘 2024.05.01 0 36
2554
[복지동향] 서울 거주 ‘출산 무주택 가구’ 내년부터 월 30만원 주거비 지원 받는다
노원 복지샘 | 2024.04.29 | 추천 0 | 조회 72
노원 복지샘 2024.04.29 0 72
2553
[복지칼럼] 저출산과 인구이동
노원 복지샘 | 2024.04.29 | 추천 0 | 조회 48
노원 복지샘 2024.04.29 0 48
2552
[복지칼럼] 죽음을 지원한다?
노원 복지샘 | 2024.04.22 | 추천 0 | 조회 71
노원 복지샘 2024.04.22 0 71
2551
[복지칼럼] 저출산 주범 '차일드 페널티', 육아 짐 왜 여성만 지나
노원 복지샘 | 2024.04.19 | 추천 0 | 조회 91
노원 복지샘 2024.04.19 0 91
2550
[복지동향] 치매수급자 가족, ‘24시간 돌봄’ 유지 위해 쉴 틈 없어
노원 복지샘 | 2024.04.19 | 추천 0 | 조회 82
노원 복지샘 2024.04.19 0 82
2549
[복지동향] 한국 초고령화 사회 초읽기에…장애인 2명 중 1명은 ‘노인’
노원 복지샘 | 2024.04.19 | 추천 0 | 조회 76
노원 복지샘 2024.04.19 0 76
  • 노원구청
  • 노원교육복지재단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보건복지데이터포털
  • 보건복지부콜센터
  • 복지로
  • 생활복지
  • 서울시복지포털
  • 노원구의회
  • 노원구보건소
  • 노원구장애인일자리지원센터
  • 노원어르신일자리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