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은둔형 외톨이가 ‘묻지마 범죄자’인가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3-08-17 13:41
조회
1418

[출처] 중앙일보

[원문보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5253

 

은둔형 외톨이가 ‘묻지마 범죄자’인가

‘은둔형 외톨이’는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다. 국무조정실과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는 24만~53만 명의 청년이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부터 놀라울 정도다. 최근 정유정·신림동·서현역을 키워드로 하는 엽기적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은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걱정스럽다. 많은 언론은 가해자들이 하나같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왔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고립에 대한 불만이 사회를 향한 분노가 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묻지마 범죄’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범죄심리 학계의 한 유명 전문가는 은둔형 외톨이와 묻지마 범죄 증가의 관계가 깊다고 주장했다. 정말로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를 향해 칼을 휘두를 ‘잠재적 범죄자’들일까.

하지만 심리학자인 필자가 은둔·고립 청년들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8년 전부터 직접 만난 수백 명의 은둔형 외톨이들은 최근 언론이나 일부 전문가들의 묘사와는 매우 거리가 멀었다. 이들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한 분노·실망과 능력 부족에 대한 자책을 신음처럼 토해냈다. “아무리 경쟁적이고 유능함을 강조하는 세상이라 해도 다들 평범하게 살아내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못난 거죠.” 자책하는 이런 목소리가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은둔·고립 청년들의 공통된 요지다.

이런 목소리가 최근 발생한 강력 사건의 가해자들이 보여준 사이코패스적이고 치밀한 공격성과 닮았나? 필자가 보기에 은둔형 외톨이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최근 사건의 가해자들과 너무나 다르다.

우리가 사용하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용어는 ‘은둔형’과 ‘외톨이’라는 두 일반 명사의 조합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미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대상을 지칭하는 용어처럼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은둔형 외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다른 대상을 지칭하며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예컨대 사과는 빨갛지만, 빨간 것이 모두 사과는 아니다. 특히 전문가의 진단을 인용한 맥락에서는 더더욱 아니다. 전문가는 그 영역에 대해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알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 이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막중한 책무를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

한국 사회가 최근 발생한 비극적 사건을 은둔 문제로 예단하는 동안 가해자가 갖고 있을 더 많은 원인은 더욱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더욱이 많은 청년을 방안으로 도망치게 한 우리 사회의 책임은 보지 못하게 된다. 이들을 돕지 않을 거라면 무책임한 위협이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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