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오전 10시경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한 사거리. 70대 여성 A 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우회전하다 파란불에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B 씨(41)를 들이받았다. B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아픔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근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현직 경찰이던 B 씨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했다. 3일 뒤, B 씨의 자택에선 부인과 두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부인이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A 씨는 “당시 사고 과정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구체적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70대인 A 씨의 실수가 안타까운 비극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고령운전자에 대한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단 목소리는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분위기다. 연로한 어르신들은 순간적인 장애물 대처나 정보처리 능력이 아무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28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최근 5년간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만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2015년 2만3063건에서 2019년 3만3239건으로 44%나 늘었다. 반면 만 64세 이하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같은 기간 20만8972건에서 19만6361건으로 6% 줄었다.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치사율은 65세 이상 운전자는 2.9명으로, 64세 이하 운전자의 1.7명보다 크게 높다.
연구소가 제안하는 대책은 ‘조건부 운전면허의 도입’이다. 고령운전자는 낮 시간에만 운전을 허용하는 등 시간과 장소, 도로 등을 제한하는 운전면허를 일컫는다. 연구소 관계자는 “특정 연령의 운전면허를 일괄 취소하는 것보다 교통안전과 이동 권리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운전면허증 소지자 2184명에게 설문조사했더니 74.9%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찬성했다고 한다.
물론 다수가 찬성했다고 해서 도입을 급히 서둘러선 안 된다. 분명 거부감을 느끼는 고령운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로 선을 긋는 게 타당한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회관계장관회의 안건에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가 상정된 뒤 비난 의견이 커지자, 경찰청은 “면허 일괄 취소가 아니다”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권기범 사회부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