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출범을 알리며 ‘돌봄 국가’라고 쓴 피켓을 들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영전
시인 김수영이 마지막으로 번역한 뮤리얼 스파크의 소설 <메멘토 모리>는 “죽을 운명을 잊지 마라”는 말만 하고 끊는 정체불명의 전화를 반복적으로 받은 노인들이 각자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노년의 복잡한 심리를 그리고 있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유행, 혐오의 확대, 노동자의 생존투쟁, 물가 상승과 경제위기 뉴스, 남북관계 악화, 전쟁과 기후위기, 무엇보다 국민에게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 이것이 2022년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한마디로 한국 사회는 길을 잃었다.
지난 100년을 돌아보면, 그때그때마다 우리의 갈 길은 분명했다. 잃어버린 조국을 찾아야 했고, 전쟁에서 살아남아 폐허가 된 나라를 복구해야 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불렀고, 경제성장과 함께 이 땅에 민주주의를 자리잡게 해야 했다. 이 중 이뤄낸 것도 있고, 더 달려가야 할 목표도 있지만, 그 어느 것도 현재의 시대언명으로는 낡았다. 한 국가나 개인이 갈 길을 잃었을 때,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는 것은 허무, 혐오, 부패다. 영원히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제국들의 종말도 그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