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동향] "아낄 거라곤 식비뿐"... 고물가에 '텅 빈' 빈자의 밥상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2-10-31 10:41
조회
2161

[출처] 한국일보

[원문보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3011320000150








26일 경기 광주시에서 혼자 사는 김정석씨가 기자에게 보리건빵 봉지를 꺼내 보이고 있다. 수납장에 가득 담긴 건빵은 그의 한 달치 식량이다. 나광현 기자



“퍽퍽해서 목 넘기기가 힘들지만 싸니까 먹어. 한 봉지 뜯어서 배 속에 욱여넣고 물 마시면 불어서 꽤 든든하거든.”

26일 경기 광주시에서 만난 김정석(63)씨가 보여준 수납장에는 보리건빵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김씨의 한 달 치 식량이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 시장에는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건빵, 저녁은 라면이나 쌀밥에 김치로만 때우는 일상에 익숙해졌다. 김씨의 유일한 가족 아내는 10여 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즈음 김씨도 고혈당과 뇌경색이 찾아와 고속버스 기사일을 그만뒀다. 생계급여 58만 원이 월수입의 전부인 그에겐 고물가의 파고가 밀려 온 올겨울이 유독 더 춥게 느껴진다.




"간장밥만 먹어요"... 가난한 식탁 직격한 고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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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한 주민의 냉장고. 물병 몇 개와 복지관에서 무료로 받은 플라스틱 김치통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유진 기자



치솟는 물가는 가난한 이들의 삶부터 괴롭힌다. 밥상 물가가 오르면 소득 대비 식비 비중이 높은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하위 20% 가구는 올해 2분기 기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세금 등 고정 지출 제외한 소득) 93만9,968원 중 42%(39만4,891원)를 식비로 썼다. 반면 소득상위 20% 가구는 14.4%, 전체 평균은 19.4%였다. 그래서 저소득 가구는 돈에 쪼들리면 먹는 걸 포기한다.

김씨도 좋아하는 비빔밥을 마지막으로 언제 먹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는 “한 소쿠리에 2,000원이던 나물이 5,000원, 참기름도 한 병 3,300원에서 7,000원까지 올랐다”며 “어쩌다 시장에 가도 선뜻 손이 가는 물건이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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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 박희준가 직접 끓인 삼계탕 국물에 밥을 비비고 있다. 삼시세끼를 간장밥으로 때우는 박씨에겐 간만의 특식이다. 이유진 기자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 사정도 비슷했다. 장애로 왼팔, 다리가 불편해 요리를 하기 어렵다는 60대 주민 최모씨는 요즘 하루 한 끼로 버틴다. 반찬도 복지관에서 나눠 준 김치에 직접 물을 붓고 끓인 찌개뿐이다. 최씨는 “식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월 20만~30만 원으로 정해져 있어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미역국과 시금치무침을 좋아하는 김모(65)씨의 밥상 역시 조개젓갈 몇 점과 조미김으로 단출해졌다. 비싼 소고기는 언감생심이고, 한 단에 2,000원에서 3,500원까지 가격이 뛴 시금치도 살 엄두를 못 낸다. 김씨는 “돈이 궁해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으려면 식비를 아끼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난해진 밥상은 영양 결핍과 건강 불균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쪽방촌엔 약 봉지를 달고 사는 주민이 태반이다. 박희준(64)씨는 신경정신과약, 관절약, 간경화약 등 4종류의 약을 복용하기 위해 끼니를 거를 수 없다. 할 수 없이 삼시 세 끼 간장밥만 먹는다. 그는 “생고등어를 좋아하는데, 원래 한 마리 5,000원 하던 게 지금은 8,000~1만 원까지 나가 먹을 수가 없다”고 씁쓸해했다.

 

온정의 손길도 '뚝'... 대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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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미혼모 등을 지원하는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베이비박스)의 후원 물품 창고가 텅 비어 있다. 나광현 기자



아이를 홀로 키우는 한부모 가정 역시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어린 자녀에게 필수 영양소가 든 유제품이나 채소를 먹여야 하지만, 가격표를 보면 온 몸에 힘이 빠진다. 서울 강동구에서 18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 A씨는 돌봄을 부탁할 사람이 없어 일을 포기했다. 생계급여와 한부모 양육수당을 합쳐 한 달에 120만~130만 원으로 생활하는 그는 갈수록 먹성이 좋아지는 아이를 볼 때마다 흐뭇함 반, 걱정 반이다. A씨는 “먹는 양은 느는데 계란이나 채소값은 끝도 없이 오르니…”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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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분위별 식비 비중. 그래픽=신동준 기자



고물가가 지속되자 나눔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식비 등 시민들의 필수 생활비가 늘면서 후원이 줄어 여기에 의존해 운영하는 복지시설들이 충격을 그대로 떠안은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위기영아 긴급보호센터(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베이비박스는 개인 후원자가 대부분인데, 최근 후원 중단 의사를 표한 분들이 전체의 20%나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이 약자와 취약계층을 위해 더욱 두꺼운 지원을 공언했지만 아직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평소 매달 100가구 이상에 ‘베이비 키트’를 보냈다는 그는 텅 빈 후원품 창고를 가리키며 “올겨울 제대로 후원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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