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보호출산제·베이비박스와 황금률

작성자
노원 복지샘
작성일
2023-08-31 13:35
조회
1954

[출처] 중앙일보

[원문보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8781

 

보호출산제·베이비박스와 황금률

막을 수 있었던 아기들의 죽음과 보호출산 제도 관련 보도와 논문을 보면서 문득 이렇게 중요한 논의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사자엔 세 부류가 있다. 사망한 아기들과 익명을 선택한 출산 여성들, 그리고 그 아기들의 아빠들이다.

사망한 아기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익명을 선택한 여성들은 아기 양육을 포기할 정도로 간절히 익명을 원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얻은 익명에 위협이 되는 의견 제시를 공개적으로 할 수는 없을 터다. 마지막으로 남성들은 지금까지 별 어려움 없이 익명을 보장받아왔다. 그들은 이 그늘이 앞으로도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황금률이라고 부르는 도덕적 원리가 있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며 자기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황금률은 특정 문화권에서만 통용되던 교훈이 아니다. 동양의 유교와 서양의 기독교 등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발견된다. 『논어(論語)』를 보면 제자 자공이 평생 지켜야 할 한 마디가 있는지 질문하자 공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己所不欲 勿施於人)고 가르쳤다. 불교의 자비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중생에게 낙을 주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사랑과 연민이다. 성경에는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라는 가르침이 있다.

이 원칙을 보호출산 제도의 당사자들에게 대입시켜보자. 우선 아기는 가능하면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양육해주길 원할 것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시설에서 보호받기보다는 좋은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입양해 양육해주길 원할 것이다. 아기 중 상당수는 성장해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아빠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살고 싶어 한다. 아기는 엄마의 영향 아래 있고 법은 먼 곳에 있다. 아기가 원하는 바가 이뤄지려면 엄마를 설득하고 도와야 한다.

사정이 있어 익명을 고민하는 여성 중 상당수는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직접 아기를 양육하길 원한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어떤 여성들은 아기 양육을 포기한다. 대신 그 아기가 죽지 않고 살아서 다른 좋은 엄마와 아빠의 양육을 받길 바란다. 동시에 자신의 익명을 보호받기를 강력히 원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안심하고 도움을 받길 바란다. 익명이 보장되지 않을까 숨어서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충분한 상담·지원·설득에도 익명을 선택한 엄마는 그 선택을 존중받길 원한다. 이들은 양육을 포기하더라도 비록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아기의 생명을 보호한 것이 낙태나 영아살해보다 훨씬 낫다는 격려를 듣고 싶을지도 모른다.

...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이 안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여성이 원하면 익명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1순위로 아기를 직접 양육할 수 있게 설득하고 돕고, 그것이 안 되면 2순위로 아기가 커서 낳아준 엄마와 아빠를 알 수 있도록 엄마를 설득하고 도와야 한다. 그것도 안 되면 엄마의 익명을 보호하되 아기가 커서 엄마를 알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

무엇보다 엄마가 선택만 하면 무책임한 아빠가 마땅히 해야 할 양육비 지급 등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보호출산제 법안이 뒤늦게 지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구체적인 방법, 예산, 인력, 시스템 등을 속도감 있게 논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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