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일보
[원문바로보기]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010410003276
오늘 점심은 잔치국수다. 아들이 어렸을 때처럼 직접 멸치 육수를 내고 고명까지 얹으면 좋겠지만 맘 같지 않다. 국수를 삶는 것만도 요즘엔 기력이 부친다. 인스턴트 멸치국수 포장을 뜯으며 ‘세상 참 좋아져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서야 김을 뿜는 주전자를 겨우 들어 올렸다. 쏟을세라 조심스레 끓인 물을 붓자 뭉쳐진 면발이 스르르 풀린다.
인스턴트 멸치국수지만 쟁반에 받쳐들고 안방 침대에 누운 아들에게로 비치적비치적 걸어간다. 내 몸무게의 두 배는 될 아들을 안아서 세울 힘은 없다. 되는대로 옷자락을 잡아끌어 벽에 기대 앉혔다. 몇 가닥씩 젓가락으로 국수를 건져 입에 대주자, 아들은 간신히 입만 오물거려 받아먹었다.
국수를 다 먹이는 데 30분. 이제 내가 먹을 국수를 끓이자니 진이 빠진다. 주전자를 기울이다 그만 뜨거운 물을 오른손에 그대로 부어버렸다. 데인 데가 쓰라려 신음 소리가 새 나오려는 걸 입을 앙다물어 참았다. 눈에 들어오는 대로 참기름을 덜어 덴 손에 펴 발랐다. 어차피 약 발라 줄 사람도, 붕대를 감아줄 사람도 없다. 내가 다친 줄도 모르고 침대에 그대로 누워있는 아들에게 상처를 보여주기도 싫다. 사는 날까지는 아들에게 내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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